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박춘호기자의취재현장]일리노이의 재정적자


한국에서 온 경우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했겠지만 시카고에 처음 와서 물건을 구입할 때 별도 세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었다. 9.99달러짜리 물건을 사고 10달러를 내면 페니 하나를 거슬러 받아야 하는데 점원은 나에게 돈을 더 요구했던 것이다. 한국과는 다른 방식에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시카고에서는 8%대의 판매세(sales tax)가 부과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식품에는 이보다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온라인 거래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며-물론 이 규정은 지금 변경됐다-인근 주에서는 일리노이보다 훨씬 저렴한 판매세가 적용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렇게 판매세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거둬가는 세금으로 정부가 운영된다는 사실이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최근 시카고와 쿡카운티 정부가 각종 세금을 올리고 있다. 시카고 시청은 재산세 인상을, 쿡카운티 의회는 카운티 판매세율 인상을 통과시켰거나 추진하고 있다. 세금마다 목적이 별도로 있겠지만 재정 악화로 인한 선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일리노이의 예산 위기가 쉽게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단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게다. 일리노이 감사관실에 따르면 11월 현재 주정부가 지급해야 하지만 아직 미지급된 금액만 68억달러다. 작년 기준으로 주정부의 예산 적자는 50억달러에 육박한다. 균형 예산을 통과시켜야 할 의회와 주지사는 이미 지난 7월 1일부터 적용되어야 할 내년도 예산안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 서로에게 책임만 전가하는 공방만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안에 의회는 단 두 차례 모일 예정이지만 이를 통해 예산안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문제는 예산안 문제가 일반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당장 판매세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시카고의 경우 재산세 인상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시카고 시청은 향후 4년간 재산세를 올려 5억8천만달러의 추가 세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25만달러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시카고 시민들이 연간 500달러 이상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인상률로 따지면 13%로 시카고 역사상 최대폭이다.

더 복잡한 문제는 주정부와 시카고 시청간 힘겨루기다. 브루스 라우너 주지사는 시 교육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람 이매뉴엘 시장이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노조 권한 약화에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두 정치인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내년 초 시카고 교육청은 대량 교사 해고가 불가피하고 이는 곧 교사노조의 집단 파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래저래 골칫덩이가 산적한 상황이다.



그럼 왜 시카고 주민들은 전국 대도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판매세를 내고, 10% 이상 폭등하는 재산세를 납부해야 하는가.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공무원 연금이다. 연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충당되지 못하면서 일리노이에 연금 위기가 찾아왔다. 주정부의 연금 부채는 100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루 두해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쌓여온 상처가 곪아 터진 것이다. 물론 연금과 재정적자 문제를 현재 주지사와 시장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전임자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현재 정치 리더들에게서는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 그 조차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일리노이 재정난을 접하면서 유권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선거 때 각종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을 똑똑히 기억하는 것이다. 재정 뒷받침 없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거나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 제시보다는 당파성에 휘둘려 대안조차 내놓지 못하는 이들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일리노이 정치권은 주지사는 공화당, 주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위기 타계를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 없다. 이들 역시 눈여겨 봐둬야 한다. 정치 개혁은 거창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서민들의 삶을 궁핍으로 몰고가는 정치인들에 대한 교체가 절실한 때다. polipch@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