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정규섭기자의취재현장에서]조상대대로 피에 흐르는 기복의식

전세계적으로 우리민족만큼 해돋이에 열광하는 민족을 찾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Christmas Eve’나 ‘New Year Eve’ 등 대체로 이브를 즐기며 하루가 넘어가는 자정 카운트 다운을 하며 각종 파티나 모임의 절정을 맞는다. 마무리를 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인들은 몇 시간을 더 기다린 후 떠오르는 새해 첫 해를 보며 각자가 가진 소원과 소망을 기원하며 한 해를 시작한다. 마무리에 더해 시작도 함께 잘하자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정동진, 영일만, 간절곶, 제주 성산 일출봉, 땅끝마을 등 전국 각지 명소들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시카고 한인사회도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포스터길이 끝나는 미시간 호수에서 한인회 등이 개최하는 해돋이 행사에 참석하거나 개별적으로 각자 선호하는 장소에서 해돋이를 갖는다.
여러 해 동안 해돋이에 참여하며 다양한 소원과 소망 가족의 건강 등을 기원했지만 문득 해돋이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무심코 참여만 했나 싶다.
그래서 해돋이 유래와 의미를 찾아 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삼국유사’ 에 나오는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신라 8대 임금 아달라 왕 즉위 4년 갑자기 바위가 나타나 각각 이들을 업고 일본으로 간 바람에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고 생각한 왕이 연오랑의 말에 따라 하늘에 제를 지냈다는 내용이다. ‘태양을 맞이한다’는 뜻인 경북 영일의 지명도 여기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더 오래전 기록에는 9천여년 전 한인천제가 나라를 세우고 태양신에게 민족의 번영과 화합을 기원한 데서 유래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두 유래 모두 배달민족으로서 태양신을 숭배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으며 가뭄, 홍수 등 농경사회에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태양신의 노여움이라 여기고 이를 풀기 위해 태양신에 대해 제사를 지낸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조상은 특별한 음양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을 실질적인 새해로 삼고 이후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것을 통해 잃어버린 정기를 되찾고 바닷속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것이다. 바로 해돋이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새해 첫날 먹게 되는 떡국 또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따르면 상고시대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 음식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도착해 왕이 된 곳이 일본이다. 일본인들도 새해 첫날 아침 ‘가가미모치’라 불리는 쌀떡을 만들어 집을 지키는 수호신에 바친 후 이를 주재료로 일본식 떡국 ‘조니’를 만들어 먹는데 ‘조니’는 우리의 떡국과 비슷하다.
날씨변화와 상관없이 태양은 매일 떠오른다. 하지만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은 분명 다른 날의 태양과는 구별되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별함 때문에 새해 첫 태양을 마주하고 자신과 가족들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이른 새벽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해돋이를 위한 많은 이들이 나서는 것이다.
장소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독교인지 불교인지 종교적인 부분도 필요치 않다. 우리 민족은 해돋이와 떡국이라는 9천년 이상 조상대대로 피에 흐르고 정신에 각인된 새해 기복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내일이면 2016년 새해 첫날이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정규섭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