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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섭기자의취재현장에서]무능한 장수는 적보다 더 두렵다

산악인들이 외면하는 ‘히말라야’

지난해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역사드라마 ‘징비록’에서 이순신 장군이 ‘무능한 장수는 적보다 더 두렵다’ 라는 인상깊은 명언을 남기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말한 무능한 장수란 압도적인 화력과 우월한 함선을 보유하고도 왜군의 유인책과 기만전술에 휘말려 칠전량해전에서 대패 조선 수군을 궤멸로 몰고 간 원균을 일컫는 것이다. 단순한 수군의 패전이 아닌 임진년에도 지켜냈던 곡창지대인 전라도를 비롯해 충청도까지 왜군에 점령당하게 만든 단초가 됐다.
용맹함과 무능함은 다르다. 단순한 용맹함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이들이 이를 저지할 상대가 없기에 부리는 고집과도 같다. 자신의 용맹함만 믿고 지위를 남용하고 군세와 정황을 오판하여 아군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고 적을 이롭게 하는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그릇된 신념에 사로잡힌 무능한 리더가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오는지는 지나온 역사를 통해 수많은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관객 670만명을 돌파한 영화 ‘히말라야’를 편집국 동료기자들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휴먼스토리가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보다는 불편한 감정이 눈물 보다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영화였다.
미리 양해를 구하지만 나는 전문산악인도 아니고 위스칸신 데블스 헤드보다 높은 산에는 오른 경험이 없기에 산악인들의 목숨을 걸고 고산이나 설산을 오르며 동료들과의 끈끈한 동료애 등에 대해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단순히 리더십을 말하고자 한다.
또한 세계 최고봉 16좌 완등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기록한 엄홍길 대장을 존경함과 동시에 이의를 제기할 의도도 전혀 없다.
하지만 ‘히말라야’ 영화에서 보여진 엄홍길(황정민) 대장의 우유부단함과 결정장애는 영화내내 계속된다.



박무택 대원을 받아 들일때, 명령을 어기고 정상에 따라 왔을 때, 스포츠 전문업체의 후원을 받을 때, 등반을 그만 두고 대학강단에 설 때 등 영화 내내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서 머뭇거린다. 그리고 아내(유선), 최수영(정유미), 이동규(조성하) 등 누군가의 결정에 따른다. 아니 그들이 결정을 내려주길 기다리는 것 처럼 보인다.

엄 대장이 처음부터 리더로서 절대 변치 않아야 할 원칙과 결단력을 지녔다면 박무택 대원이 명령을 어긴점을 하산 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팀웍을 해치는 행동이기에 능력과 상관없이 방출했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렇지 못했다.
김무영(김원해) 대원의 대학 후배라는 학연이 작용하고 능력위주의 한국사회를 영화에서 보란듯이 대변한다. 명령과 지휘 체계를 무시한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운 박무택을 2인자로 키우는 순간 조명애(라미란) 대원을 포함한 기존 대원들의 불만을 키우는 조직의 와해가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들이 던지는 올바른 소리는 불만과 핑계라는 이름으로 묵살 된다. 이미 시작된 명령 및 지휘체계의 파괴는 역시 베이스캠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난당한 박무택을 홀로 구하러 올라가는 박정복(김인권) 대원으로 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본인이 등반대를 떠나 강단에 서게 되자 등반대는 국립공원 관리인, 제주도 목장, 회사원 등으로 뿔뿔히 흩어진다. 여기에 더해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간다는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무능한 지휘관의 극치를 보여준다. 뿔뿔히 흩어진 대원들을 찾아가 다시 감정에 호소 한다. 같이 안가도 좋은데 너도 무택이가 좋지 않았느냐, 거기 그대로 두고 올 수 없지 않느냐 등 결국 원정대 결성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복귀한 대원들의 결정이었다.
물론 8천미터 이상 고산 등반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길이기에 아무리 대장이라도 쉽게 제안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무겁고 거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는 인물이라면 리더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감동과 휴먼 스토리보다는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목숨을 걸고 고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이 가진 위대함이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신파로 인해 무너질까 걱정이다.
‘히말라야’ 영화 시카고 개봉 시사회에 시카고한인산악회에 시사회 무료 입장을 공지했었다. 하지만 시사회 참석 산악회원은 한 손으로 세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적어도 시카고에서 만큼은 영화 흥행과 상관없이 산악인들이 외면하는 산악영화가 되버렸다.
또한 영화 ‘히말라야’는 나에게는 있어 결국 훌륭한 리더를 만나 모두가 잘 되자는 것이 아닌 무능력한 리더와 2인자를 위해 모두가 희생해야 함을 보여 씁쓸함을 되새기게 하는 별점 하나를 주기에도 아까운 영화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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