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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12> 닭의 해 자녀양육

DBU 김종환 교수

미국에서 살다 보니 명절이 다가 오는 것을 알아도 느끼지는 못한다. 때로는 어린시절 명절을 맞으며 느꼈던 설레임이 그립기도 하다. 며칠전 설 명절이 다가옴을 느껴보고 싶어서 집사람과 함께 옆 동네에 있는 아시안 쇼핑센터를 찾았다.

쇼핑센터에 들어서자 닭의 해를 알리는 장식과 기념품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길거리 음식이 구석구석에 즐비했다. 남녀노소 동양사람들이 통로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갖가지 냄시와 소리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며칠 후에 맞을 설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쇼핑센터 가운데 있는 중국음식점에 들어갔다. 그 집 음식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문을 하고, 군침을 삼키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직 이른 저녁이라 식당이 한산했다. 중간 원탁에 둘러 앉아 음식과 대화를 맛있게 나누는 젊은 남녀들이 보였다. 아마 10명쯤 되는 것 같았다. 사내아이 셋이 식당 사방을 뛰어다니며 총싸움을 했다. 플라스틱 총소리가 시끄러웠다. 덩치가 커다란 녀석의 기관총이 특히 시끄러웠다. 원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 가운데 한 여자가 아이들에게 가끔 주의를 주었다.



식당 안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 여자는 한 아이의 엄마인듯 했다. 그런데 정말로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주의를 주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보니까 주의를 주는 흉내를 내는 것인지, 내가 엄마니까 다른 사람들은 내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지 말라고 암시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아이들 역시 들은 척도 않고 계속 뛰어다니며 총싸움을 했다. “쟤들을 왜 그냥 놔두지? 우리 애들은 어렸을 때 저러지 않았는데.” 마음 한 구석으로부터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우리 식탁에 부딪칠까봐 신경이 쓰였다.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까? 하기야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그래도 집사람과 나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상 조심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보며 눈쌀을 찌프리는 일을 없도록 하기 위해 늘 노력했다.

무엇보다 우리 부부는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을 수시로 아이들에게 알렸다. 혹시 서로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다른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이들은 부모 사이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았다. 때로 아이들은 엄마는 아빠한테 들은 말을 가지고 설득하고, 아빠는 엄마한테 들은 말로 설득하려고 했다. 그래서 부모의 생각이 같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이다. 혹시 집사람과 내가 각자 다른 상황에서 각기 다른 말을 했을 때는 서로 상의한 후 결정해서 다시 알려주었다.

한 번 말한 것은 웬만하면 번복하지 않았다. 한 번 안 된다고 했으면, 두 번, 세 번을
졸라도 허락하지 않았다. 순한 아들은 한 번 안 된다고 하고 곧 포기했다. 고집이 센 딸은 계속 떼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떼를 써서 부모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필요할 때마다 떼를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고집을 포기하면 다음에는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아이를 달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말한 것은 바꾸지 않았다.

아이들을 혼내야 할 경우에는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야단을 치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고, 아이들의 마음에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화장실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즉시 갔다. 손님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거나,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어디에서든 두 번 경고해도 말을 듣지 않으면 곧바로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아이들이 함부러 뛰어다니지 않아야 할 곳을 방문할 때는 가능한한 정장을 입고 가도록 했다. 복장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보면 대개의 경우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뛰어다니며 장난하던 아이들이 정장을 입으면 조심하며 젊잖게 행동했다.

식당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당에서도 천방지축으로 뛰노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마음 같
아서는 그 아이들을 붙잡아놓고 얌전하게 행동하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나 혹시 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을까봐 목구멍까지 나오는 말을 꿀꺽 삼키게 된다. 아시안 쇼핑센터에 있는 그 중국식당에서도 그랬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기죽을까봐 야단을 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사에게 매를 맞고 오면 부모가 교사를 찾아가 때린다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선생님한테 혼나고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한테 배로 혼났던 것을 생각하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가 시작됐다. 조선후기 유학자 하달홍은 『축계설』에 다
음과 같이 썼다.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물러서지 않으니 용(勇), 먹을 것이 있으면 서로 나눠 먹으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을 상징한다.” 우리 2세들이 총명한 닭을 닮아 문무용인신의 오덕을 지닌 인격체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DBU 김종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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