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수첩]분열 없는 건강한 ‘불꽃’

불꽃은 튀겼지만 분열이나 다툼은 없었다. 지난 7일과 8일 한인 2세들이 각 시의 명예를 걸고 나선 ‘제2회 북미주 한인농구 선수권 대회’가 한인사회에 진한 메시지를 선사했다. 그것은 바로 ‘화합’이다. 한인사회의 분열로 탄생한 이 대회가 건강한 화합의 조건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미주 한인사회는 ‘분열’이란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미주 총연, 체육회, 상공회 등의 대표단체가 둘이나 셋으로 갈라져 농구 경기보다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눈꼴사나워 시선을 고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달라스도 한 때 이 분열바람에 취해 한인회가 두 개로 갈라지는 아픈 상처를 입기도 했었다.
미주 한인농구 선수권 대회가 시작된 것은 1년 전이다. 지난해 7월 애너하임에서 1회 대회가 열렸다. 시작은 체육회의 분열 때문이다. 미주 한인체전이 체육회 분열로 취소되면서 농구 시합만 따로 가지게 된 것이다. 초대 대회를 개최했던 북미주 한인농구협회 존 한 회장은 “벌써 많은 선수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 비행기 표까지 끊은 상황에서 한인 2세 청년이나 청소년들이 대회 취소로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돼 시합을 강행했었다”고 말했다.
그 2회 대회가 달라스에서 개최된 것이다. 경기가 열린 알링턴 UTA 학생체육관은 그야말로 불꽃이 튀겼다. 선수들은 쉴 새 없이 움직였고, 몸싸움도 치열했다. 환호와 탄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그렇게 치열한 경기 속에서도 ‘다툼’이나 ‘분쟁’은 없었다. 오히려 넘어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세우고, 어깨나 엉덩이를 다독이며 ‘스포츠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분명 2세들이 1세들 보다 나은 구석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이들이 열띤 시합 속에서도 화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규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누구도 심판의 판정에 몸으로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마디로 판을 깨는 사람은 없었다. 기본적인 농구 규칙을 철저히 지키려고 모두 애를 썼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해석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들처럼.
또 이번 대회에는 한인사회에서도 보기 드문 모습이 연출됐다. 바로 한인 혼혈인들과 일반 한인 2세들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팀에는 혼혈 선수들이 포함돼 있었다. 달라스도 12명의 선수들 중에 4명은 혼혈 선수들이었다. 응원석에는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선수들은 절대 혼혈과 일반 한인들의 선을 긋지 않았다. 모두 한 경기에 한 마음으로 나서는 동료였다. 한인사회가 등한시하고 있는 혼혈 한인 2세들과의 화합이 알링턴 농구 코트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LA에서 온 한 선수는 “전국의 한인들이 모여 서로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아주 드문 경험을 했다”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규칙을 지키고, 선을 긋지 않고, 서로 만나 이해하는 기회를 삼는 것. 달라스에서 열린 이번 한인 농구대잔치가 미주 한인사회에 전하는 화해의 해법이다.




함현일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