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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의 삶속의 미술이야기 20]마음으로 보는 그림

여름의 시작과 함께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특별한 친구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어느날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장애인들을 위해 목회사역을 하고 계시는 한 목사님의 제의를 받아 시작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미술수업은 언젠가 부터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보게된다. 한 주간의 스케쥴을 계획하면서 내가 본업으로 지도하고 있는 나의 학원 학생들의 수업시간 까지도 화요일을 피해가며 계획하는 나의 모습에 나 스스로가 놀랄 때도 있다. 모든면에서 부족한 나를 통해서나마 누군가가 즐거워하고 행복해 할 수 있으며 변화되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기쁨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때가 많기 때문일게다. 무엇보다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딸 아이와 같이 그들을 위해 봉사를 함께 하고 있는 시간이기에 더욱더 소중하기도 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주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딸 아이가 문득 나에게 건네는 말이 있었다. ‘엄마, 나는 00가 너무 좋아, 그 언니가 그리는 그림을 보면서 오늘 내가 너무나 부끄러웠어’ 백미러를 통해 딸 아이의 모습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쏴아~ 해 졌다. 어느새 딸 아이는 눈물이 크렁크렁한 빨간눈으로 창밖을 내다 보며 조금전에 마친 수업시간을 생각하고 있는 듯 해 보였다.
무엇이든지 잘 그려야만 하고완벽을 고집하는 딸 아이의 그림에 대한 태도는 오늘 한 아이의 대범한 자기표현 방식의 그림그리는 자세에 새삼 자신의 소심한 성격이 나름 부끄러웠나 보다. 나역시 수업시간에 딸 아이가 자신이 돌봐주는 한 학생에게 그림의 형태를 설명해 가며 자꾸 고칠것을 얘기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딸 아이에게 그렇지 말라는 눈짓을 보내곤 했었다.
화요일에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겉으로 보면 일반 청년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연령은 모두 유치원생에서 초등하교 1학년 정도의 수준의 학생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위한 수업준비 역시 미술의 파운데이션을 벗어나 미술재료를 사용한 퍼포먼스의 일종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들과 수업을 시작하기 전엔 언제나 간단한 기도를 하게 되는데 나의 기도내용은 언제나 같다 ‘…그들의 마음 속에 갇혀진 것들이 있다면 이 미술시간을 통해 마음껏 털어 놓을 수 있게 해달라고…’
오늘 한 아이는 온통 검정색으로 캔바스 전체를 스펀지를 이용해 문질러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다 핑크빛의 빗방울을 손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림의 주제를 ‘비 오는 날’로 정하고 수업전에 그들과 비 오는 날에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나누면서 아이들이 비오는 풍경을 생각게 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정신 연령으로 보았을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표현이지만, 그 아이를 도와준 딸 아이로서는, 어른의 모습으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 아이가 이해되질 않았나 보다. 지체장애 이기에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이 없이 거의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그 아이는 비 오는 날이 너무 싫다고 했었다. 그래서 인지 그 아이의 그림속에는 그 어느것도 등장되는 소품들이 없었다. ‘비 오는 날은 그냥 집에 있는 것, 그리고 햇빛이 없어서 어둡다’ 라는 생각만이 그 아이의 전부인 것이었다.
내가 만난 지체장애아 들은 대부분 ‘단순함’으로 그들을 대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한가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그 무언가를 항상 지니고 있어야만 하고 잠시라도 자신의 소품이 보이지 않을 시에는 불안함에 다른것에 집중할 수 없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것을 보면 결국에는 외로움에서 그들의 장애가 시작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기도 해본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수업의 마무리는 언제나 따스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접목시킴으로 항상 자신들과 함께하는 자신들편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어떤 ‘배움’이라는 목적보다는 어느 한 작업을 자신들 스스로가 완성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행복’으로 시간을 마치고자 포커스를 삼아 본다.
어느날엔가 텔레비젼을 통해서 본 장애인 올림픽대회를 기억해 본다. 마라톤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한 선수의 위대함은 바로 그의 손발이 되어준 아버지의 인간 승리였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 부성애는 자신의 아들을 위대한 한 인간으로 재 탄생시킨 내용의 - ‘ 호잇 부자(父子)의 철인 삼종경기 완주기’-라는 다큐를 보면서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 -
생후 9개월에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아들. 담당 의사도, 주변의 모든 이들도 포기하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말도 할 수 없었던 아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장만해 준 특수컴퓨터. 이마로 컴퓨터를 치는 법을 배운 아들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컴퓨터를 통해 말했다. “달리고 싶다!” 아이의 이 한마디에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신마비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6년간 각종 마라톤 대회, 철인 3종 경기 등 총 948회의 스포츠 대회에 참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고, 세상은 그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딕 호잇과 그의 아들 릭 호잇은 미국 메사추세스에 살고 있다. 비록 신체의 어느 부분도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릭 호잇은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불행스럽게 그의 삶이 시작되었지만 어느 한 사람의 절대적 보살핌은 그의 불행한 삶을 일반인 못지 않는 행복한 삶으로 전환시켜 놓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불가능 같은 일을 가능으로 만든 것은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을... 그리고 그 기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시청하는 동안 한없는 감격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서 현재의 나의 주어진 여건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다시한번 내게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수업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을 드리며, 일반인들이 보면 엉터리인 그림들을 장애를 안고 있는 그들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으로 변화될 수 있는지를 많은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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