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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목사의 <나무 이야기 1>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 간다.

예루살렘에 사는 목사님이 페북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중학생 아들이 뒷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감동을 했다. 나무 심는 것을 보고 감동을 한다고? 그 아이가 심고 있는 나무는 올리브나무(감람나무)였다. 이 나무를 심고 열매를 따려면 40년을 기다려야 한다. 40년 후를 내다보면서 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나무의 별명이 손자를 위해 심는 나무이다.

이 감람나무는 300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올리브 오일은 10년, 20년 된 나무에서 열린 올리브가 아니고 50년, 100년, 200년 된 나무에서 열린 열매다.

이 나무는 한 번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조금도 진액이 쇠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더 좋은 열매를 더 많이 맺는다고 한다. 한번 열매를 맺기까지 오래 걸려서 그렇지 그 후로는 400년 500년 1000년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정의 자녀들은 어린 감람나무와 같을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하얀 목련꽃이 피었다 지고, 노란 개나리꽃이 피었다 지고, 붉은 진달래가 피었다 져도, 그래도 가지조차 움트지 않는 나무가 있다. 무화과이다. 무화과는 봄이 되어도 늦게까지 깨지 않고 있다가 잎보다 열매가 먼저 나온다.



백일홍도 마찬가지다. 봄이 다 지나고 여름이 가까워오는데도 마른 가지로 서 있다. 이 백일홍은 다른 꽃들이 다 진 다음에 그때서야 피어난다.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꽃을 피운다. 100일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 아닌가?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고 죽은 것이 아니다. 포도나무를 보라. 봄에 보면 다 말라버렸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정도다. 그런데 이런 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싹이 나고 마침내 때가 되면 포도가 탐스럽게 열리지 않는가?

어렸을 때 뽕잎으로 누에 키우는 것을 많이 보았다. 고치에서 누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안 나온다. 누에가 고치 안에서 얼마나 답답할까? 안쓰럽다. 그래서 고치에 구멍을 뚫어준다. 어떻게 되겠는가? 나방이 나오자마자 날개를 몇 번 퍼득이다가 죽고 말 것다. 누에가 고치 안에 괜히 그렇게 오래 있는 것이 아니다. 누에가 고치 안에서 잠만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고치를 뚫고 나왔다고 하는 것은 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올 힘이 없는데 다시 말해서 날 수 있는 힘이 없는데 도와준답시고 구멍을 뚫어주면 나오자마자 죽고 만다. 날기 위해서는 고치 안에서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화분에 씨를 뿌려놓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싹이 나왔는지 확인한다. 안 나왔다. 다음 날 또 확인한다. 또 안 나왔다. 죽었나? 궁금해진다. 그 다음날도 안 나왔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손으로 파본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그 씨는 영원히 싹이 안 나온다. 파보고 묻고 파보고 묻고 하는 사이에 죽고 만다. 참고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는 목사님 이야기다. 10년 동안이나 한 교인이 그 목사님을 괴롭혔다고 한다. 목사님은 참고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10년이나 참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목사님을 찾아와서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저 때문에 얼마나 속이 상하셨어요? 10년 동안 저를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동안 기다려준 것이 그렇게 고마웠다는 것이다.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내치지 않고 기다려준 것이 너무 고마웠던 것이다. 그렇게 기다려주었기 때문에 돌아왔던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때로는 오래 기다리게 하신다.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주시겠다고 하시고 25년간 기다리게 하셨다. 모세를 광야에서 40년간 기다리게 하셨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광야에서 40년간 기다리게 하셨다. 다윗도 왕으로 기름부음 받은 뒤에 13년이나 더 기다리게 하신 다음에 왕이 되게 하셨다.

동시에 하나님도 우리를 오래 참고 기다리신다. 우리가 사람이 될 때까지, 믿음 생활 잘 할 때까지. 정신 차릴 때까지, 하나님 앞에 돌아올 때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신다.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가 바로 그런 하나님이 아니신가? 하나님도 속에서 부글부글 끓을 때가 많으실 것이다. 그러나 길이 참으시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도 참고 기다리는데,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나에게 왜 잘 팔리지도 않는 책을 쓰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 물음에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나는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 뿐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꽃을 활짝 피우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열매가 없다고, 하는 일이 별로 잘 안 된다고, 뿌린 씨앗에 열매가 없다고 조급해하지 말자. 아직 없는 것뿐이다. 늦게 피는 꽃일 뿐이다.

일찍 피는 꽃을 부러워 말자. 일찍 피는 꽃이 있고 늦게 피는 꽃이 있는 것이다. 꽃마다 피는 때가 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는 것이다. 일찍 피었다고 우쭐할 것도 아니고, 늦게 피었다고 기죽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 일찍 피는 꽃이 되기를 원한다. 일찍 피면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뒤쳐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아니다. 빨리 핀 꽃이 먼저 지는 법이다.

동백꽃이 가장 일찍 피지만 가장 먼저 떨어진다. 그 북풍한설을 이기고 피었으면 오래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이 꽃은 어느 날 갑자기 생을 마감한다. 꽃이 붉게 물들어있는데도, 하나도 시들지 않았는데도, 너무 너무 아름다운데도 갑자기 툭하고 떨어져 죽는다.

봄에 피는 꽃은 향기가 없다. 앞산의 진달래, 담곁의 개나리, 고고함을 자랑하는 목련,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이런 꽃들은 남보다 앞 다투어 봄이 되기가 무섭게 꽃을 피우지만, 향기가 없다. 꽃은 향기가 있어야 하는데. 일찍 피는 꽃은 향기가 없다.

아침에 일찍 햇빛이 드는 곳은 저녁에 가장 먼저 그늘이 진다. 어떤 나무가 산을 오래 오래 지키는가? 못생긴 나무이다. 사람들 눈에 일찍 띄는 나무는 일찍 베임을 당한다. 일찍 피는 꽃들은 꽃샘추위에 열매도 맺지 못하고 금방 시들어버린다.

아직도 인생의 꽃을 피우지 못했는가? 아마 늦게 피는 꽃일지도 모른다. 만추가경(晩秋佳景)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고 늦게 핀 꽃이 더 오래간다.

이진희 목사(웨슬리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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