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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칼럼>긍휼의 마음으로

이진희 목사(웨슬리교회 담임)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이해인 수녀의 <우산이 되어> 라는 시가 생각난다.

우산도 받지 않은 쓸쓸한 사랑이 문 밖에 울고 있다
누구의 설움이 비 되어 오나 피해도 젖어오는 무수한 빗방울 ...
우산을 펴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우산이 되리 모두를 위해

맑은 날에는 누구도 우산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비가 오면 누구나 우산을 찾는다. 우산은 다른 사람 비 맞지 않게 해주려고 혼자서 비를 온몸으로 다 맞는다. 우산 쓰고 가다가 비가 그치면 우산을 바로 접는다. 그리고는 아무데나 두고 온다. 잃어버리기 일쑤다. 집에 다행히 가지고 와도 구석에 아무렇게나 쳐박아둔다. 그렇지만 우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비오는 날을 위해서... 주인이 자기를 다시 찾을 때까지.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다. 때마침 친구가 우산을 쓰고 간다. 그러면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지 않는가? 같이 우산을 쓰고 간다. 같이 우산을 쓰고 가다 보면 둘 다 비를 맞는다. 왼쪽에 있는 친구는 왼쪽 어깨가 젖어 있고, 오른쪽에 있는 친구는 오른쪽 어깨가 젖어있다. 그래도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셨다.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긍휼히 여기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셨다. 어떤 사람이 긍휼히 여기는 사람일까? 주변에 누군가가 우산이 없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는가? 그에게 다가가 우산을 같이 쓰는 그런 사람이 바로 긍휼히 여기는 사람이다.

비를 맞고 가는 사람에게 꼭 우산을 씌워줘야만 그를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내게 우산이 없으면 어떻게 하는가?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 수가 없다. 그러면 못 도와주는 것인가? 아니다. 비를 맞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서 같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라. “

"너만 우산이 없는 것이 아니야... 나도 우산이 없어... 너만 비를 맞고 가는 게 아니야... 나도 너랑 같이 비를 맞고 있잖아...”

성경은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는 사람에게 울지마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울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긍휼(컴패션)이다.

시골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마릴린이라는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투병을 하고 있었다. 학교도 오랫동안 나올 수가 없었다.

마릴린이 항암치료를 끝내고 학교에 갔을 때 어리둥절했다. 반 친구 아이들이 다 여자아이들은 스카프를 쓰고 남자 아이들은 모자를 쓴 것이었다.

마릴린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쓰고 있던 스카프와 모자를 하늘높이 집어던졌다. 그 순간 마릴린은 기가 막힌 광경을 목격했다. 친구들이 다 머리를 빡빡 깎은 것이었다. 남자 아이들은 물론 여자 아이들까지 머리를 빡빡 깎았던 것이다. 혼자 머리가 없어서 부끄러워할 친구를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슬픔을 함께 나누면 슬픔이 반이 되고 기쁨을 함께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슬픔을 함께 나누면 약점이 되고 기쁨을 함께 나누면 시기하게 된다.

슬픔도 기쁨도 나눌 수 없다. 혼자서 슬퍼하고 혼자서 기뻐해야 탈이 없다. 성경 말씀대로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자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슬픔을 당한 사람을 보면 나는 저런 일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기쁜 일이 있는 사람을 보면 별로 기쁘지 않다.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아니라 진짜로 반으로 줄어들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으로 긍휼히 여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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