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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5>자녀양육의 비법

김종환 교수/달라스침례신학대학교(DBU) 기독교 교육학과

어느날 이성호 교수가 지하철을 탔다. 한산한 시간이긴 했지만 앉을 자리는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던 중,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소년이 다리를 쩍 벌리고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봤다. 이 교수는 소년에게 다가가서 한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소년은 불만스러운듯 자리를 조금 내주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교수는 자신의 다리로 쩍벌남 소년의 다리를 조금씩 밀었다.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던 소년이 짜증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저씨도 수술했어요?”

오래 전에 읽었던 자녀교육에 관한 책에 나왔던 이야기이다. 그 책은 연세대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가 쓴 것인데 2004년 문이당에서 출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서점에서 제목이 눈에 확 띄어 구입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소개하며 자녀교육에 관한 생각을 전개했다.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아서 읽기가 쉬웠다. 그러나 가슴에 가장 깊이 와 닿아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책의 제목이다. <자녀 교육의 비법은 없다>

그 제목을 잊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아들과 딸을 키워온 나의 결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키워보기 전에는 남의 아이들을 보면서 속으로 “부모는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길래 쟤들이 저렇게 천방지축일까”하고 생각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교회에서 자녀교육 세미나도 인도했었다. 내가 아버지가 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직접 키우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꼈다. “어떻게 하면 이 애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자동차를 사면 관리설명서가 따라오는 것처럼, 아이들이 태어날 때도 양육지침서를 가지고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첫째 아이를 키울 때 배웠던 노하우대로 둘째를 키우다가 그 노하우라는 것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었다. 자녀양육에 관해 책도 읽어보고 다른 부모들의 조언도 들어봤지만 내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비결은 찾을 수 없었다. 결론은, “자녀양육의 비결은 없다”였다.



2010년 리즈 머뤼(Liz Murray)의 책 Breaking Night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리즈 머뤼의 자서전이다. 리즈는 마약으로 가난하고 마약중독자였던 부모 밑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길거리를 헤메며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생활을 했다. 부모는 둘 다 에이즈에 걸렸다. 15살 때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노숙자 보호소로 들어갔다. 리즈는 차라리 없는 것 만도 못한 부모 밑에서 살다가 결국 어린 나이에 노숙자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워 공부해서 하버드에 입학했다.

2011년 예일대 법대의 에이미 추아(Amy Chua) 교수가 쓴 책,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가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됐다. 한국에서도 타이거 머더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타이거 맘 열풍을 일으켰다. 이 책의 내용은 추아 교수가 엄격한 규율에 따라 딸을 키워서 맏딸 소피아가 예일대와 하버드대에 동시에 합격하게 했다는 것이다. 추아 교수는 딸이 최고의 학생이 되도록 하기 위해 TV, 컴퓨터 게임, A 이하의 점수를 받는 것, 등등을 철저하게 금하고 빡빡한 시간표에 따라 딸을 훈련시켰다. 결국 딸은 부모가 원한대로 명문대에 입학했다.

이 두 권의 책들은 자녀양육의 양극을 보여준다. 하나는 자녀를 방임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녀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해가 되었던 부모를 묘사했고, 또 하나는 지나치게 철저한 보호와 통제로 자녀를 양육했던 부모를 묘사했다. 이 두 책의 내용들이 보여주는 결론 역시 자녀양육의 비결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녀양육의 비결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것이다.

자녀양육에 비법은 없지만, 그래도 자녀를 20년 이상 양육해온 사람으로서 자녀양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세가지만 제시해달라고 굳이 요구한다면, 감사와 존중과 본보이기를 언급하고 싶다.

무엇보다 먼저 부모는 자녀를 인해 감사해야 한다.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로 인해 얻는 기쁨과 보람은 그 어떤 댓가보다 크다. 2001년 기독교 출판사 규장이 김동호 목사의 책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 를 출간했다. “부모의 은혜를 아는 자식”이라는 표현만 듣다가 그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표현이 잘못 됐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가 아이들에게 베풀어준 것보다 훨씬 큰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녀를 인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존중이다. 아이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는 미완성품이 아니라, 그의 수준에 맞는 완성품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인격체이다. 자녀의 생각과 필요를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존중을 실천하는데 있어 청취보다 좋은 방법을 없다. 아이를 향햔 훈계와 명령을 줄이고, 아이의 생각과 필요에 귀기울여 줌으로서 존중을 시작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있어 존중이 존중을 낳는다.

자녀양육에 있어 세번째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본보이기라고 믿는다.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치기 전에 어른을 공경하는 본을 보이고, 책 읽으라고 말하기 전에 책 읽는 본을 보여야 한다. 자녀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본을 보여야 한다. 자녀양육에 있어 본보이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과 동시에 가장 힘든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양육에 있어 포커스는 자녀보다 부모가 되어야 한다.

감사와 존중과 본보이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가장 큰 후회를 남기는 요소이다. 나 역시 더 많이 감사하고 존중하고 본을 보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녀 교육의 비법은 없다> 의 이성호 교수가 전철에서 만났던 소년은 그날 그(?) 수술을 받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수술부위가 쓰리고 아파서 자리를 넓게 잡고 앉아 모자를 눌러쓰고 자는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늙수구레 한 아저씨가 자리를 좀 비켜달라고 해서 비켜주었는데, 계속 밀어대니 짜증이 났던 것이다. “아저씨도 수술했어요?”하는 소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쩍벌남이라고 괘씸하게 여겼던 소년으로부터 뜻밖의 항변을 들은 이 교수는 매우 무안하고 어색했다. 그(?) 수술 받았다고 써 붙여놓지 않았으니, 바지 속 사정을 몰라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자기는 수술이 필요 없게 태어났다고 대답하여 유모어로 무안함과 어색함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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