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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다른 언어, 다른 세상

조소현/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이상한 나라에 간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언어를 습득했을까? 무모하고도 도전심이 강한 나는 지금까지 세 개의 이상한 나라에서 2년 정도 체류한 적이 있다. 스웨덴,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들 모두 내겐 신기하고 이상한 나라였다. 내가 속한 공간을 더 이상 이상하지 않고, 환영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소개하려고 하는 이 곳에서 활동하면서 나는 서서히 ‘아, 이 곳에서도 나를 환영해 주고 있구나.’와 같은 그러한 따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 모임은 ‘토스트마스터즈 클럽’이다. Toastmasters 클럽은 미국에서 시작한 퍼블릭 스피치 클럽이다. 이름이 거창해 보이는 이유는 이 단체가 처음 만들어진 계기와 관련이 있다. 미국 백인 남성들이 연회와 같은 공식 모임에서 건배사(Toast)를 잘 하기 위해서 이 모임이 만들어졌다. 현재 이 클럽은 전세계 142개국에 15,900개의 클럽을 갖고 있으며, 클럽 회원수는 345,000명이다. 이 클럽 활동을 통해서 나와 같은 제2외국어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다. 나는 어제도 이 모임에 가서 내 영어실력을 높여 보려고, 좀 더 이 사회에 동화되어 보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쉽지 않은 이 세상, 내 자신을 좀 더 사랑해 보기 위해 말을 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호기심 삼아 이 모임에 간다면, 어쩌면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가 느꼈을 당혹감을 한번 더 느낄 지도 모른다. 이 모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맨 처음 방문자로서 이 모임에 갔을때, ‘ah-counter’ 가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할 때 그 말에 “아, 음, 그러니까” 같은 불필요한 말들을 체크하고 나중에 누가 얼마나 많이 그 말을 했는지 보고를 하는 걸 보았다. 그리고 이 모임의 꽃이면서 동시에 가장 두려운 순간은 바로 Table Topics로, 질문 5개를 무작위로 아무에게나 던진다. 예컨대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합니까?”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 떨리는 마음으로 속으로 해석을 하면서 전전 긍긍하고 있는 순간, 내 이름이 불려지면 2분에서 3분정도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말하는 것이 바로 테이블 토픽스이다.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겁나게’ 떨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짜릿하기도 하다. 나의 최초 테이블 토픽스 발언은 23초에서 끝이 났다. 낯선 사람들 앞에 서서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그때의 그 떨리는 경험은 왠지 모르게 나를 계속 이 모임에 나오게 했다.

한 번의 모임은 대체로 1시간 내외이다. 이 모임은 총 3개로 구성된다. 준비된 발표, 테이블 토픽, 그리고 평가이다. 준비된 발표의 경우 2명 내지 3명의 발표자가 있으면 적당하다. 토스트 마스터즈에 가입하면, 일정의 회비를 내고, 본사에서 매뉴얼 책을 준다. 스피치 10개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준다. 첫 스피치는 아이스 브레이커ice breaker, 얼음을 깨듯이 침묵을 깨고 자기 자신을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면 된다.



삼년 전, 미국이라는 신기한 나라에 도착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에서 맘맞는 친구들과 깔깔대며 모국어로 수다를 떨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앨리스가 자신의 소꿉 친구들을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여 이 나라의 시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토스트마스터즈 모임에 나갔다. 나의 척박한 오클라호마 생활을 버티게 해 준 한 버팀목이 바로 이 모임과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칭찬과 격려를 기본근간으로 하는 이 모임에서 나는 아무리 내가 네이티브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열심히 박수를 쳐 주고 나를 향해 웃는 모습을 볼때, ‘아, 그래. 나도 뭔가 할 수있어!’ 와 같은 뿌듯함이 샘솟았다. 현재 콜로라도에서도 토스트마스터즈 회원으로 활동하며 일상의 소소한 얼음을 깨기위해 노력한다.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토스트마스터즈 모임을 추천하며 당신의 얼음을 깨기를! 건투를 빈다.
(토스트마스터즈 공식 사이트: http://www.toastmasters.org/)


조소현 joy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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