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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 14> 변화하는 결혼관과 가정관육체적인 건강과 정서적인 건강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낯설게만 느껴졌던 2017년이 벌써 4분의 1이 지나갔다. 10년 전 4월 이민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사건이 생각난다.

서울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던 조 씨 부부가1992년 9월 미국으로 이민왔다. 그 헌책방은 조 씨가 총각 시절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번 돈으로 차린 것이었다. 돈을 버느라 노총각이 된 그는 중매를 통해 29살 된 아가씨를 만나 결혼했다. 부부는 나이가 많이 들어 얻은 아이들을 매우 사랑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주기를 원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는 쪼들렸지만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았다. 열심히 일해서 집도 장만했다. 그러다가 가족초청으로 이민을 하게 된 것이다.

부부는 미국에 가면 자녀들을 더 잘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이민을 결심한 유일한 이유였다. 그들은 수속이 곧 이루어져서 금방 떠나게 될 줄 알고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았다. 그러나 이민수속은 생각했던 것처럼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8년이나 계속됐다. 그동안 그 식구들은 집을 판 돈으로 먹고 살았다. 1992년 조 씨 부부가 딸과 함께 8살 난 아들을 데리고 비행기에 올랐을 때는 남은 돈이 거의 없었다.

미국에 와서도 경제적인 상황은 금새 나아지지 않았다. 부인은 명절 때나 되어야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안부인사를 드렸다. 그것도 전화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1분 이상 통화를 못했다. 한국에서는 가정주부였지만 미국에 와서는 세탁소에서 남편과 함께 밤낮으로 일했다. 일이 특히 힘든 날은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다쳤던 어깨에 통증이 찾아왔다. 부인은 한국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조 씨 부부는, 생활은 고달팠지만, 두 자녀가 잘 자라는 것이 보람이었다. 딸은 하버드의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장학금을 더 많이 주는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했고, 아들은 버지니아 공대에 입학했다. 부부는 공부 잘하는 딸과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1984년 1월 18일에 출생한 아들 승희는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 공대에서 32명을 총으로 쏘아 죽게 하고 29명의 부상자를 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총기참사를 남겼다.

생각할 수록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조 씨 가정에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이었지만, 또한 이민사회의 비극이기도 했다. 그것은 이민가정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경고였다.

부모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기의 육체적인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게 되면 그 아이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따라 성장한다. 매일매일 좋은 음식을 골라 먹이고, 시시때때로 예방주사를 맞게 한다. 병에 걸릴까봐, 다칠까봐 조심하며 보살핀다. 혹시라도 아프면 최고의 약과 의사를 찾는다.
그러나 자녀들의 정서적인 건강에 관해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의 정서적인 건강에 관해 염려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자녀들의 정서적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동네에서 산책을 하든지, 공원에 나가서 놀든지, 영화를 보든지, 뭘 하든지 상관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적 건강에 도움을 준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 시간의 질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이나 자녀들과 많을 시간을 함께 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자녀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 아이들의 행동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갑자기 학교에 가기를 싫어할 때, 가까이 지내던 친구와 절교할 때, 평소와 다르게 컴퓨터게임에 몰두할 때, 등등. 행동에 변화가 생기면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다가 말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대로 두면 그런 행동이 심화될 수도 있다. 정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비만, 중독, 마약 등으로 발전해갈 수도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세 번째, 아이들의 감정과 고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로서 온전한 인격체이며 나름대로의 감정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 부모는 자녀가 느끼는 감정과 고민을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 그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고민을 들어주고 스스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10년 전 조 씨 가정에서 있었던 비극이 다시는 어느 가정에서도 있어서는 안되겠다. 모든 이민자녀들이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건강하기를 바란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에 관해 다음 번에 조금 더 언급할 수 있기를 원한다.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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