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과 좋은 아버지

김종환
Dallas Bapist University 교수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5월을 “가정의 달”로 기념해왔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이유는 우선 5월이 1년 열두 달 중에서 가장 싱그러운 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서 날씨가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새생명과 순결과 희망을 상징하는 신록이 산과 들을 덮는다. 봄의 약동과 화사함이 5월에 절정을 이른다. 그래서 모든 가정에 5월의 미덕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했다.

또한 사람의 소중함을 드높이고 사람의 도리를 되새기는 날들이 5월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 달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5월 5일은 어린이 날, 5월 8일은 어버이 날, 5월 15일은 스승의 날, 5월 세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 그리고 5월 21일은 부부의 날(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 이 날들은 다 사람의 소중함과 도리를 다시금 일깨우는 날들이다. 이 날들이 5월에 몰려 있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6월을 “가정의 달(National Family Month)”이라고 부른다. 가족원들을 기념하는 날들은 분산되어 있다. 형제자매의 날은 4월 10일, 어머니 날은 5월 둘째 일요일, 아버지 날은 6월 셋째 일요일, 부모의 날은 7월 넷째 일요일, 조부모의 날은 노동절 후 첫번째 일요일이다.

“가정의 달”이 어느 달이든 “가정의 달”을 기념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이다. 가정은 우리 각자의 삶의 보금자리이다. 개인이 보호받고 사랑받고 성장성숙해 가는 곳이 가정이다. 가정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룬다. 가정이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기초인 것이다.

그러면 가정의 기초는 무엇인가? 아버지이다. 하나님이 아담을 먼저 창조하시고, 아담으로 하여금 가장이 되게 하셨다. 따라서 가정을 이끌어나갈 사명이 아버지에게 있다. 아버지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는 가정을 잘 이끌나가기 위해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좋은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를 본받는 아버지이다. 우리는 주 기도문을 통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공급자),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구원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인도자).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마태복음 6:9-13).

주 기도문 속의 하나님 아버지는 공급자, 구원자, 인도자이시다. 따라서 좋은 아버지는 첫째, 공급자 하나님을 본받아 자녀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해준다. 이것은 자녀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공급하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우리 자녀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필요를 채워줘야 하는 것을 포함한다.

심리학자 로렌스 크랩(Lawrence Crabb)은, 우리 자녀들에게 “안정감의 필요와 자존감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정감의 필요는 “사랑 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자존감의 필요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다. 안정감을 원하고 자존감을 원하는 마음이 모든 자녀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필요 이외에, 자녀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필요도 있다. 자녀들은 각자 다른 성향을 갖고 태어나며, 독특한 성향에 따라 독특한 필요를 갖게 된다. 또한 자녀들은 개별적인 경험에 따라 개별적인 필요를 갖게 된다. 자녀가 필요로하는 것을 이해하고 공급해주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이다.

둘째, 좋은 아버지는 구원자 하나님을 본받는 아버지이다. 구원자 하나님은 죄를 용서해주셨고 벌을 면하게 해주셨다.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셨다.

구원자 하나님을 본받는 아버지는 영적인 지도자이다. 자녀들의 영적인 상태에 관심을 갖는다. 자녀가 영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어준다. 영적인 성장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삶을 통해 영적인 교훈을 제시한다. 하나님 아버지와 동행하는 본을 보여준다. 영적인 성장의 본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적인 지도자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이다.

셋째, 좋은 아버지는 인도자 하나님을 본받는 아버지이다. 인도자 하나님은 자녀들이 시험에 들지 않도록 가르치고 훈계하신다. 때로는 악에서 구하기 위해 징계를 내리기도 하신다.

인도자 하나님을 본받는 아버지는 자녀의 인생을 바르게 인도하는 교사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아버지는 자녀를 교육해야 한다. 오늘날 아버지는 돈을 벌어서 학비만 댈 뿐, 자녀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과거에는 교육을 잘하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였는데, 지금은 자녀가 교육을 받도록 뒷바라지를 잘 하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좋은 아버지의 본에 의하면, 자녀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이다.

5월 “가정의 달”에 좋은 아버지가 되기 원하는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를 본받아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를 본받는 좋은 아버지는 첫째, 자녀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급자이다. 둘째, 자녀의 영적인 지도자이다. 셋째, 자녀의 인생의 교사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데 있어 꼭 한가지 덧붙여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부모님께 좋은 아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좋은 아들이 되지 않고는 자녀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 결코.

김종환
Dallas Bapist University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