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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세계의 시선이 아시아로 향하는데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 문재인.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문재인도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대선은 끝났고, 청와대 입성도 끝났다. 약식취임식 이후 그의 일정은 빽빽한 것 같다. 현재까지는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일단 안도한다. 모든 국민이 다 그러하겠지만 “더 두고 봐야지, 끝을 봐야지” 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2009년 아침 출근길, 우체통에서 꺼낸 조간신문 1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이라는 기사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즈음 이웃 나라 일본에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사퇴했었다. 그의 정치자금 담당 비서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체포됐던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부패정당 자민련을 몰아내고 일본정치를 일신하겠다던 그 사람의 불법 의혹이 터지자 여론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40대에 자치상과 간사장을 지냈던 정치실력자인 그가 스승으로 모셨던 다나카와 전 총리, 카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 등은 공교롭게도 일본 정치사에서 금권정치 대명사로 통하던 사람들이었다. 그의 40년 정치 인생의 최종목표는 총리였다. 그걸 눈앞에 둔 상황에서의 그의 사퇴는 씁쓸했다.

또 다른 이웃 대만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천수이벤의 점심은 언제나 고구마였다. 친구들이 볼까 봐 두 팔로 가리고 얼굴을 파묻은 채 먹었다. 대를 이어오는 빈농 집안, 문맹인 부모, 그러나 그는 신동이었다. 초·중·고를 전교 1등으로 졸업, 22세에 대만 최연소 변호사가 되었다. 다음 해 중학교 동창회에서 우수전을 만났다. 우수전의 부친은 이름난 의사였다. 여섯 살 딸에게 집 한 채 값의 피아노를 사줄 정도였으나, 천수이벤을 한번 본 우수전은 막무가내 그와의 결혼을 감행했다.



대만의 제2 도시 미려도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 인권기념행사에서 시위자들과 경찰이 충돌, 49년 계엄령선포 이래 가장 격렬한 시위였다.

주동자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되었다. 그의 친구 하나가 천수이벤에게 변호를 부탁했다. 고생만 하고 수임료를 못 받을 것 같아 망설이던 그를 재촉한 건 우수전이었다. “이런 사건을 맡지 않으려면 뭐하러 변호사를 하느냐” 였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그는 정치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선거유세를 다니던 우수전이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우수전의 뒷받침으로 천수이벤은 입법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을 했다. 그의 대정부질문은 가혹할 정도로 엄격했고 부정부패 폭로에 앞장섰다. 그가 국민당의 금권정치를 비판할 때 국민은 후련했다.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대만 전역을 누비며 두 팔로 장애인 부인을 안고 유세장에 나서면 모두가 숙연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런 그가 주변 인물이 연루된 뇌물수수로 감옥에 갔다. ‘대만의 아들’에서 ‘대만의 치욕’이 되었다. 노 전 대통령과 닮은 데가 있다. 사람이 두 발로 서서 지구를 지배하고 살면서 탐욕과 비열함을 다스리지 못한 모습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자신의 생명과 죽음이 치욕스럽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해본다. 앞으로의 세상은 아시아 중심이 되리라 학자들이 내다보고 있다. 한국도 일본도 대만도 이런 추한 모습은 더 보이지 말아야 지구 위의 중심이 되리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오래오래 이어갔으면 참 좋겠다. 부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이 문재인(問題 因)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믿고 싶다.

김령/시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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