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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내 인생에 박수

유럽의 멋진 카페나 레스토랑 이름 샹그릴라. 샹그릴라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속에 있다는 이상향이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도연명의 도원경 같은 곳이다. 인도의 독립운동이 활발해지던 때 미국과 영국의 외교관과 선교사 등 4명이 소형비행기를 타고 피난을 가다 길을 잃어 티베트 히말라야 산중 샹그릴라라는 마을에 불시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눌러살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의 나이가 거의 100세가 넘고 최고령자는 200세를 넘고 있었다. 이들이 먹는 것은 약간의 샐러드와 그레이프프룻 그리고 녹차 한잔이 고작인 일일일식(一日一食)의 소식이었다.
그들의 장수비결은 별것 아니고, 고기를 먹지 않고 무공해식품을 먹되 아주 소량이라는 것과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었다. 요즈음 세상은 모두가 장수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100세, 120세 시대가 코앞이라며 야단법석이다.

한국은 더 유난스러운 것 같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주례하시는 결혼식에 몇 번 갔었다.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백년해로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다른 분의 주례사에도 이 말은 빠지지 않길래 그러는 건가 보다 했다. 백년해로라는 말 이제는 알겠다.

그러나 둘이 한날한시에 같이 가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여자의 나이가 남편보다 몇 살 아래인 데다 여자가 4~5년 더 산다니 거의 10년을 혼자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전적인 준비도 되어있어야겠지만 혼자 살아가는 힘, 즉 고독력(孤獨力)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남자들은 여자 없이 사는 것에 두려움이 많다고 한다. 평생직장에 다니며 돈 벌어다 주면 아내가 알아서 아이들 기르고 살림해주었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 얼마나 두려울까. 그래서 혼자 사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남자들은 한국남자들보다 혼자 살 수 있는 준비들이 되어있는 것 같다. 아침 식사도 자기가 만들어 먹든 출근길에 사 먹든 알아서 하고, 정원 가꾸기도 잘하고, 아내가 쥐여준 ‘허니 두 리스트(Honey do list)’를 들고 다니며 장도 잘 본다. 일본인 시모다 가게키는 『남성독신보감』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배우자가 있더라도 독신인 양 미리 연습하라고 한다. 요리하는 즐거움도 배우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운동해서 노화를 늦추고, 혼자 여행을 하고, 자신에게 몰두하라 쓰고 있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행복의 조건』이란 책 속에 행복조건 7가지를 언급하면서 적당한 음주도 권하고 있다. 가끔은 그것도 좋을 것 같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은 지옥”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의식 무의식 속에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게 타인의 시선이다. 이만큼 살았으면 이제 조금은 흐트러져도 좋고, 적당히 망가지는 것도 좋다고 했다.

고독력을 기르려면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고 자신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라 권한다.

특히 한국남자들은 소소한 얘기를 갖고 소통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거대담론이 아닌 소소한 대화에도 함께 할 줄 아는 게 좋겠다. 세상 만물은 끝날 때가 아름답다. 낙조가 일출보다 아름답고, 가을 단풍이 봄날의 신록보다 아름답다. 나는 한국 가수 현숙의 ‘내 인생에 박수’라는 노래를 그래서 가끔 불러본다.






김령 / 시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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