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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푼 굿피플]자전거 도둑의 문신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 시 북쪽에 있는 썽 베르나르도 깜뽀(Sao Bernardo do Campo)에서 이마에 강제로 문신을 새겨넣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자전거를 도둑질하려다 현장에서 붙잡혔던 열일곱살 먹은 소년의 이마에 낙인처럼 큼지막한 문신이 새겨졌다. “에우 소우 라드롱 데 바실렁(Eu Sou Ladrao E Vacilao, 나는 도둑이고 패배자다).” 이마에 꽉 차도록 크게 쓰인 ‘자전거 도둑, 패배자’란 지울 수 없는 문신은 죽고 싶을 정도로 큰 수치감을 주었고, 식구들의 애간장을 녹일만한 고통스러운 상처로 선명하게 남았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이토록 잔인한 문신으로 징벌할 수 있단 말인가.

썽 베르나르도 깜뽀에 거주하는 문신 기술자 마이꼰 레이스(27세)가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법이라며 공공연히 망신을 주는 경고성 문신을 새겨 넣었고, 그의 친구 호니우도 아라우조(29세)가 관련 동영상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리면서 브라질 전역과 중남미, 그리고 전 세계에 순식간에 유포되고 말았다.
즉결 심판자의 손에 붙잡힌 소년은 왜소했고 겁을 잔뜩 먹은 채 의자에 앉혀졌다. 커다란 덩치의 어른 손에 머리채가 잡혔고 강제 문신이 삐뚤삐뚤 다 새겨지기까지 미동도 못 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제발 얼굴 말고 신체 다른 부위에 해 주세요, 그것도 아니면 제 팔 하나를 부러뜨려도 좋으니 제발….” 애걸복걸해 보았지만 한번 장난기가 발동한 미치광이 문신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순 없었다.

며칠 후 범인들이 경찰에 붙잡혔고 조회 결과 그들은 전문 소매치기 전과자였다. 상파울루에서 핸드백을 날치기했고, 훔친 휴대폰과 신용카드로 돈을 인출하다 검거되어 5년 4개월 형을 살았던 범법자였다. 소매치기와 도둑질로 잔뼈가 굵었을 대도(大盜)가 어린 좀도둑을 훈계한 것 치고는 방법이 너무 치졸하고 잔인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의 자전거 주인 아데밀손 올리베이라(31세)의 눈물겨운 호소가 브라질을 울렸다. 그녀는 장애인으로 신호등 앞에서 차량 사이를 돌아다니며 구걸로 연명하던 불우한 처지였다. 자신의 자전거로 인해 벌어진 불미스런 소식을 듣고 밤새 눈물 흘리며 괴로워했었다며, 이제 소년을 용서하고, 그의 이마에 천형처럼 기록된 저주스런 문신을 힘을 합쳐 제거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하였다.



쌍파울루 마이리뽀라 미성년자 재활센터에 입원한 소년은 내년 3월까지 장장 10개월에 걸쳐 레이저 문신 제거 시술과 함께 알코올, 마약 중독 재활 훈련을 무상으로 받게 되었다. 성경은 “서로 인자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고 권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깨닫게하는 금과옥조 같은 말씀이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김재억 /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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