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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 여행기]이탈리아 나폴리 카세르타 왕궁

방만 1200개…베르사이유궁이 눈물 ‘펑펑’
우아한 바로크 양식의 마지막 건축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이탈리아 중부에 가면 숨어 있는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나폴리에서 북동쪽으로 22마일 떨어져 있는 카세르타 왕궁이다. 카세르타 왕궁에는 모두 1200개의 방, 1790개의 창문, 120 에이커의 넓은 정원이 있다.

700개의 방이 있는 베르사이유가 이곳을 방문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이곳에서 왕궁과 정원을 둘러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크고 넓다. 카세르타 왕궁은 1752년 나폴리 부르봉 왕가의 카를로스 3세의 명령으로 짓기 시작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완공은 그의 세 번째 아들인 페르디난드 4세가 했다. 카를로스 3세는 나폴리 왕관을 포기하고 스페인 왕가 계승을 위해 1759년 바르셀로나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3세가 나폴리를 지배할 당시 나폴리는 유럽의 대도시중 하나로 그 위세를 만방에 떨치고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가장 풍부한 상태에 있었다.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이 발견됐고 포르티치와 카포디몬테에는 궁전이 지어졌다. 나폴리 국립고고학 박물관도 그의 통치 기간 동안에 박물관으로서의 틀을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카를로스 3세의 명령으로 지어진 건축물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단연 카세르타 왕궁이다. 베르사이유 왕궁보다 더 웅장한 궁전을 짓고 싶어 했던 그는 당시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였던 루이지 반비텔리를 불러 왕궁과 공원의 복합 단지 건설을 지시한다. 이 계획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카세르타에 지어지게 된 것이다. 나폴리에 왕궁을 짓지 않고 이곳에 지은 것은 배를 타고 들어 온 적이 쉽게 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카세테라 왕궁은 반비텔리 수도교와 함께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카세르타 왕궁은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의 마지막 건축물이다. 들어 가면서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것은 파르네세 헤라클레스의 모각품이다. 진품은 로마 카라칼라 욕장에 세워져 있던 것으로 현재는 나폴리 국립 고고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계단, 벽, 천장이 모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왕궁은 중앙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 가야 한다.

116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궁전으로 올라 가는 계단은 동상들과 천장화가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계단 위로는 역시 대리석으로 조각한 큰 사자상이 한 마리씩 양쪽에 세워져 있다. 아래층의 큰 아치, 윗층 세 개의 작은 아치, 큰 계단과 양쪽의 작은 계단은 바로크 무대장치의 공간연출이다. 바로크 양식의 우아함 때문에 관광객들은 마치 왕과 왕비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수많은 방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관람하게 되는 곳은 팔라틴 예배당이다.

팔라틴 예배당은 1943년 8월 27일 미공군의 폭격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한 곳이다. 당시 8개의 성화 중 7개가 불에 탔고 두 개의 오르간, 천장, 벽, 기둥 등 예배당 전체가 파괴됐다. 전쟁이 끝난 후 천장과 벽은 복원했지만 기둥은 파괴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 불에 탄 7개의 성화는 모두 성모마리아의 일생을 그린 작품들이었다.

팔라틴 예배당 외에도 왕궁에는 옥좌의 방, 아스트라이아의 방, 가을의 방, 겨울의 방, 조아생 뮈라의 침실, 도서관, 궁전 극장 등이 있으며 왕궁에서는 천사와 악마, 스타워스1편과 2편, 미션임파서블 3 등의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정원을 가려고 하니 관광마차(50분에 40유로)가 손님을 싣고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앞에는 4마일을 왕복하는 미니버스(2.5유로)도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원으로 가는 방법에는 마차, 미니버스 외에도 자전거 타기(1시간에 4유로)와 걸어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미니버스를 타고 올라가 왕궁으로 올 때는 걸어 오는 방법을 택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시원하게 2마일이 이어져 있는 두 개의 길. 중앙에는 베네레와 아도네, 세레레, 돌고래 분수 등이 있는 12개의 연못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반비텔리는 왕궁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멀리 마달로니 계곡을 건너는 총 23마일의 수로를 계획했다. 호수에서 지하를 통하고 수도교를 건넌 수로는 저장고에서 물줄기가 되어 아래로 흐르기 시작한다. 물줄기는 하얀폭포가 되어 다이아나와 악테온의 분수가 있는 연못 위로 떨어진다. 이곳에서 바라 보는 카세르타 왕궁은 성냥갑만 하게 아주 작게 보인다. 마치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톤 모뉴먼트를 바라 보는 듯한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한다. 워싱톤 건축가도 혹시 이곳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12개의 연못에는 숭어 등 많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다. 연못 주위와 다리 위에는 물고기와 천사 등 다양한 조각들이 세워져 있다. 조각은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18-19세기에는 연못 주위에서 소총과 박격포 등 진짜 무기를 사용해 해전 등 모의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배만 띄우면 되기에 콜로세움보다 훨씬 쉽게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왕과 귀족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위험한 전투놀이였다.

이곳에는 이탈리아 가든 외에도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영국 가든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볼만한 곳은 비너스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아 있는 ‘비너스의 목욕 연못’이다. 반비텔리가 설계한 수로는 카세르타 왕궁에만 그치지 않았다. 수로는 마을로 이어져 지역의 모든 농장들은 비옥한 땅으로 변했다. 지금 이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 토마토, 사과, 레몬, 버펄로 모짜렐라 치즈 등은 이탈리아 최고의 상품으로 친다. 이와같이 수도교를 통한 물공급은 카세르타 왕궁과 지역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반비텔리는 당시 나폴리에서 가장 존경받는 학자, 수학자 등을 총동원하여 위대한 일을 이루었다. 반비탈리는 반(van)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네델란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름이다. 아버지 가스파르 반 비텔은 네델란드 출신의 유명한 풍경화가였다. 1674년 이탈리아로 귀화하여 성을 이탈리아식인 반비텔리로 바꾸었다. 그리고 1697년 결혼하여 3년 후에 첫아들인 루이지를 낳았다. 위대한 건축가는 바로 이민자의 자손이었다.

여행팁: 카세르타(화요일 휴무)
왕궁, 공원 패키지 12유로, 시니어: 6유로
왕궁만: 9유로, 시니어: 4.5유로
기차: 나폴리 중앙역?카세르타(40분)
편도: 3.1유로(매 1시간 출발)
카세르타 웹사이트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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