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재억 칼럼]꼰뜨라반도 (Contrabando)

관세법에 의해 수출입이 금지된 물품을 세관을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은밀히 거래하는 것을 밀수(꼰뜨라반도)라 한다. 노르웨이의 사이먼 하비 교수는 그의 저서 ‘밀수(Smuggling)’ 에서 “인류 역사 속 밀수의 강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 세계의 역사도 바뀌었다. 밀수가 없었다면 문명의 확산도 어려웠고 지금의 세계화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라고 피력한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때 스페인 무적 함대를 격파했던 해적 출신 프란시스 드레크를 통해 동방의 향신료를 국가 차원에서 밀수했던 적도 있었다. 매년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밀수출입 경제 규모는 10조 달러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렇듯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비밀스런 거래가 밀수이고, 상상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단순간에 거머질 수 있다는 마력 때문에 그 은밀한 유혹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요 밀거래 되는 물품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1950년대에는 화장품,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선호됐고, 이후 현재까지 전자제품, 금괴, 사치품, 골프채, 명품 가방, 고급 시계와 비아그라, 마약들은 여전히 최고 인기 품목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성행하는 품목으로는 최신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마약과 희귀 동물들이다. 몸 길이 35cm, 몸무게 900g 나가는 아마존에서 잡은 티티 (TiTi)원숭이는 페루 현지에서 마리당 35달러에 거래되지만, 멕시코 시티에선 마리당 1000달러를 호가한다.

남미 파라과이 제2의 도시 씨우닫 델 에스떼 (Ciudad del Este, 동쪽의 도시)는 세계적인 무역 시장으로 밀거래도 활발한 곳이다. 빠라나 강 유역에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3개국 접경 지대인 그곳은 메르꼬수르(Mercosur, 남미 공동시장)의 국제 마켓으로 마이애미, 홍콩에 이어 연간 물동량이 300억 달러가 넘는다.



40피트짜리 컨테이너 2만개에 가득 담겨온 종류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잡화들과 전자제품들, 인명 살상용 무기류까지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3개국 국경을 넘나들며 관세없이 밀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들이 동원되는 그곳은 늘 위험하다. 중국 삼합회, 레바논계 테러리스트, 마약 관련 마피아가 서로 이권 투쟁을 벌이는 그곳엔 크고 작은 범죄가 현재 진행형으로 상존한다.

미국으로 유입시키는 마약 밀수 방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차량 내부는 물론, 수박, 초컬릿 바, 냉동 상어, 건축자재, 심지어 여성의 가슴확대용 보형물에 담아 유통시키기도 한다. 미국에 유입된 마약의 약 80%는 해상을 통해서다. 그중 30%는 나르꼬(Narco) 마피아들이 제작한 초고속 잠수함으로 운송된다. 보트 아래에 매단 어뢰 속에 마약을 실고 GPS 까지 장착했다가 단속을 피하기도 하고,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와 노갈레스에선 드론을 통해 코케인을 운송하는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된다. 이를 발본색원 하려는 당국의 단속 노력도 만만치 않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밀수와의 전쟁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밀수의 역사 또한 인류와 함께 흘러가기 때문이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