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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더불어 숲을 이루자

미국 교회에서 사목을 담당하며 이민자와 난민을 위한 일을 함께하고 있다. 얼마 전 신문에서 한인들의 정치, 사회 참여도가 다른 이민자보다 현저하게 낫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는 미국에서 한인들의 존재감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말도 된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여전히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많은 동포를 만나보면 미국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마음은 늘 고향에 두고 있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 내 나라를 찾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당연하기에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꿈마저 없이 어떻게 힘든 이민의 삶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내 가족, 내 동포가 사는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자녀들은 여기서 성장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1세대와 달리 미국이 고향이 될 수 있다.

 최근에 더욱 확산하는 반이민자 정서를 깊이 생각해 본다. 나그네에게는 주인의식이 없다. 잠시 살다 가면 그만이다. 주인과 같은 생각으로 참여하고 의무를 다하는 관계 속에서 신뢰는 쌓여간다. 그런데 잠시 이용하고 돌아갈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헌신을 기대할 수 없다면, 이 땅을 성실하게 가꾸려는 사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요즘 한국 사회도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방문해서 자기의 이익만 취하고 돌아가겠다고 생각한다면 나그네를 향한 애정과 친밀함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이런 제안을 해 본다. 미국사회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우리 자녀들이 자라고, 우리 이웃들이 함께 사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그리고 감사함을 적극적으로 이 사회에 표현할 필요가 있다. 작게는 커뮤니티 모임에서 이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시간을 내 지역행사를 방문하고 작은 일에 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업과 언어문제가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내 나라에서도 이사하면 낯선 이웃들과 친해지기 위하여 떡을 돌리고 동네 모임에 나가서 얼굴을 알리고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살기가 편해진다. 하물며 이국땅에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디아스포라 유대인 공동체는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살기 위해 가족관계를 맺고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려는 오랜 노력으로 인정받았다. 또 다른 나라에서 여러 분야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자기가 사는 곳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내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의 이웃들을 찾아보고, 다양한 모임에 가보자. 그들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관계들을 맺고 사는지 알아보면 좋겠다. 때로는 여러분을 기다리는 이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함께 이웃이 되어 이 나라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하려는 마음과 용기가 있으면 누구든지 환영받을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 사회의 주인처럼 살아보는 것이 이민생활의 재미가 아닐까? .

지금 트럼프는 극단적으로 누가 우리의 친구이고 적인지를 구분하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 불안한 사회를 조장하고 있다. 잘못 쏘아진 화살이 사회적 약자, 이민자, 난민들에게 날아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의 갈등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민자, 난민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바꾸어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앞서서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사회는 기회를 줄 것이다. 우리끼리만 모인 섬을 벗어나 이 사회의 다양함을 이해하고, 참여할 때 이웃들은 존중하고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로는 부족하지만 더불어 숲을 이루어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내듯이 모두의 희망이 모여 살만한 세상을 이루어가기를 바란다.

이완홍 신부/세인트 존스 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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