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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 탄핵 논쟁과 기독교인의 자세

한국의 탄핵 논쟁을 둘러싸고 기독교인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하야와 탄핵 찬성 논리를, 다른 한편에서는 무죄와 탄핵 철회 논리를 펴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거진 이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3번에 걸쳐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을 천명했고 나름대로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담화문이 발표되면서 기독교계는 찬반의 격렬한 논쟁을 전개했으며 양극화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 교계 여러 계층에서 존경과 신임을 받아 온 H 목사와 K 목사, 이 두 은퇴 목사는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강력히 요구한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중앙일간신문과 SNS망을 통해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자유민주국가인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라고 보인다. 그러나 이 두 분 목사의 언행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좀 더 심사숙고한 뒤 결정했으면 그분들이 받아 온 존경과 신임에 손상이 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성명서 발표 당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해 헌재에 계류되어 재판 중이므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국회 탄핵결의내용과 검찰의 수사결과만을 가지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언행은 너무 앞서간 속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속단은 일반 평신도인 내가 보아도 다분히 정치적인 편향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두 분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강요하는 대신 빠른 탄핵절차를 촉구했으면 오히려 많은 기독교인으로부터 동감을 얻지 않았을까? 한국은 독재국가가 아니라 자유민주국가이다. 자유민주국가의 특징은 ‘집단의 감정’이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법이 다스리는 국가다.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대통령은 당연히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거취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님, 하야가 최선입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신문 지상에 발표한 H 목사님은 하야를 촉구하는 첫째 이유로 이번 사건으로 국가의 격이 무너지는 일이 생길 염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 책임자가 잘못했을 때 동일하게 법적인 제재를 받는 나라,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법적인 제재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혹시 H 목사께서는 ‘촛불시위’로 표현된 이른바 ‘국민의 마음’에 따라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지, 아니면 탄핵 절차에 의해 판결 중 어느 것이 국격에 손상이 덜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국의 닉슨 대통령처럼 탄핵소추절차 중 ‘범죄 행위’를 인정하고 자진해서 사퇴한 경우를 박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좀 지나친 환상이 아닐까? 왜냐하면, 박 대통령은 아직도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촛불시위에 참석, ‘인증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K 목사님은 자신의 시위참여 소감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백만 명의 평화시위가 청와대 코앞에서 이루어지자 번개 같은 두 번의 대통령 대국민 사과가 나오고 여당도 청와대도 있는 힘껏 자세를 낮추었다”며 “개뿔, 작심 사흘, 며칠도 가지 않아 돌변하고 있다. 현대판 출애굽기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바로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를테면 박 대통령을 애굽의 바로와 비교한 것이다. 바로는 세습으로 왕이 된 독재자요, 박대통령은 국민이 절차에 의해 선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통치자다. K 목사께서 대통령의 사과와 정치권의 휘몰아치는 작태, 그리고 촛불시위가 발휘한 위력에 힘입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면 법치국가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끝으로 박 대통령이 헌재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혐의자는 될 수 있을지언정 범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다. 한국 헌법 27조4항은 다음과 같이 ‘무죄 추정’의 원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허종욱/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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