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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알키비아데스의 개꼬리

1988년 11월 대한민국 헌법사상 처음 열린 청문회, 5공 비리에 관한 이 청문회에서 당시 민주당 노무현 의원은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정치자금을 대통령이 받았다면 불법인 것은 사실이죠? 상식적으로 합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증인은 안기부장도 하셨죠? 공직과 윤리업무도 취급하셨을 텐데 정치자금법만 모르십니까? 어떤 자금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모르는 사람이 안기부장을 하고 이 나라 안전을 맡았습니까?”

명패까지 던지며 기염을 토하던 정의와 민주의 투사, 그의 TV 청문회 생중계 앞에 대한민국 전 국민은 오랜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가슴을 대변하며 정경유착을 성토하던 인간 노무현도 부인과 아들 그리고 형, 조카사위까지 합세한 부정과 검은돈 앞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이 사실들을 모두 지워버릴 수 있는 지우개, 이 비리들을 덮어줄 우산이 없을까 궁리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밥맛도 잃었으리라. 그가 인터넷에 올렸던 글이 있다. “이상 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제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당시 나는 이 말을 듣고 “한국 민주주의가 좀 컸나? 그런데 이 말이 믿어지지 않네” 하고 생각했다. 국민 모두 여러 가지 생각들을 했겠지만, 이 시대의 지성 이문열 작가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 변호사다운 상황전개에 대한 고려가 담겨있다. 알키비아데스의 개 꼬리 같은 초점 흐리기다” 라고.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알려진 알키비아데스는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던 정치가다. 그러나 한편 그의 스승이 죽음의 평결을 받게 만든 원인의 하나가 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아테네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낼 만큼 자신을 멋지게 꾸미고 연출도 할 줄 알았다. 푸르타르코스 영웅전에 이런 일화가 있다. 어릴 적 또래들과 씨름을 하다 힘에 부쳐 쓰러지자 상대방의 팔을 물어뜯었다. 상대방이 계집애처럼 물었다고 비난하자 그는 태연히 “아니야. 나는 사자처럼 물었어!” 라고 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그는 아주 크고 잘 생긴 개를 기르고 있었다. 70미나 라는 큰돈을 들여 사 온 개로 꼬리가 일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개의 꼬리를 잘라버렸다. 사람들이 너에 대해 비난을 한다고 친구들이 전하자 히죽 웃으며 “그러니까 내가 생각한 대로 된 거야. 사람들은 개 꼬리 얘기하느라 나에 관한 다른 나쁜 소문은 퍼뜨리지 않을 것 아냐” 라고 했다.

27년 전 청문회에서 노무현 의원이 장세동 안기부장에게 던졌던 질문, 지금 우병우, 박근혜, 최순실에게도 딱 맞는 질문이다. 그들이 초지일관 ‘모르쇠’와 ‘아니오’로 일관하는 것도 알키비아데스의 개 꼬리와 다를 게 없다. 정치가들은 연출을 잘한다. 그러나 죄를 끝까지 감출 수 없다. 그럼 차라리 처음부터 정직한 게 낫지 않을까. 왜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왜 전 국민을 힘들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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