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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 아름다운 스승의 날을 되돌아보며

지난 15일은 한국의 스승의 날이었고, 이에 앞서 9일은 미국의 스승의 날이었다.

미국에서는 5월 첫 화요일을 이날로 지킨다. 미국에서는 이날을 초중고에서만 지키지만, 한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스승을 기리는 행사를 한다. 한국 학교들은 올해 역사상 가장 쓸쓸한 스승의 날을 맞았다. 이른바 김영란법에 의해 과거의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일어났던 아름다운 전통이 묶이고 말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에도 금지조항들을 발표했다. 금지조항에 의하면 선생님에게 어떠한 개인적인 선물도 줄 수 없다. 꽃다발을 개인적으로 드리거나 커피 한 잔을 포함한 어떠한 음식 대접도 금지하고 있다. 스승의 날에 학급 학생들이 자진해서 개인당 1만 원 이상을 거두어 선물을 마련해도 법에 걸린다. 과거 교정에서 일어난 이른바 ‘치맛바람’이 이러한 금지조항들을 초래하게 했다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과거 스승의 날 학부모와 선생님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 관행처럼 여겨졌지만, 교육계에서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가진 사람들의 횡포’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또 국가에서는 이런 관행을 눈감아주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학부모의 인식과 교직 문화도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선생님들 스스로가 과거의 관행적 문화를 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이 여러 계층에서 보인다.



국가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금지사항 가운데 선생님 가슴에 개인적으로 꽃을 달아주는 제자들의 마음조차도 포함했다면, 이는 선생님과 제자들의 인권과 자존심을 한꺼번에 허물어 버리는 비정적인 행위다. 인간적으로 표현된 감사까지 규정화하고 처벌 대상으로 몰아붙임으로써 건전한 사회가 이루어진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미국은 전국의 학교들이 일률적으로 행사하기보다는 학교별 또는 교육구에 따라 스승의 날 행사를 한다. 미국에서의 스승의 날 행사는 한국의 김영란법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제자들과 스승 사이의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한인 학부모들이 선생님에게 과분한 선물을 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물의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가끔 듣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과분한 선물이 일종의 뇌물로 여겨져 미국에서도 ‘치맛바람’이 불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법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분에 넘치지 않는 사랑의 표시를 선생님과 나누는 문화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인 50년대 후반에는 스승의 날이라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당시 대학에서 사제지간의 추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 대학가에도 스승의 날을 지키는 전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학가에서 이날을 지키는 형태는 여러 모양으로 나타난다. 사제지간에 술 파티로 장식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학에서의 경험에 의하면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대학은 아직 보지 못했다.

 2001~2011년 11년간 한동대에서 가르치면서 겪은 스승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스승의 날에 강의실에 들어서니 반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스승의 노래를 부르면서 반 대표가 카네이션 꽃다발을 주었다. 우리는 함께 기도 후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가니 어느새 학생들은 연구실 문을 색종이로 도배하고 여러 사연을 적은 카드들을 붙여놨다. 나는 카드에 적힌 사연을 꼼꼼히 읽어보면서 제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기쁨을 반추했다. 지금도 이 카드들을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날 저녁 운동장 옆에 설치된 불고기판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이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잘 구워진 삼겹살과 마늘을 상추와 들깻잎에 된장과 밥을 함께 싸서 먹으면서 나누는 사제지간의 정은 정말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러한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풍경은 미국 대학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전교생들과 교수들이 학교 교회에서 스승의 날 기념 예배를 드린 후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베푸는 세족식 또한 잊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허종욱/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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