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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국제칼럼]한미FTA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한 대응책

“한미FTA 개정 협상, 당당하게 임하라.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준비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13일 청와대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국의 한미FTA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해 한국 협상팀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 방향을 제시한 내용이다.

이 짧은 구절에 담긴 세 가지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 미국의 한미FTA 협상 요구는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 협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둘, 한국 정부는 이번 개정 협정에 ‘당당하게’, 즉 ‘동등하게’ 임할 것이다. 한국의 전 정권들의 ‘저자세’, ‘굴욕적’ 협상은 하지 않겠다. 셋,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국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최고의 선택’을 일궈낼 생각이다.

도대체 미국이 지난 6월 말의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제기하지 않은 한미FTA 개정 협상을 갑자기 요구하고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그 배경과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미FTA는 불공정한 협상이다. 이 협정이 2012년 발효하고 나서 미국의 한국과의 상품수지 적자가 2011년의 132억달러에서 지난해에 277억달러로 배로 늘었다. ‘공정한 협상’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측 재협상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조심스럽지만, 매우 단호하고 논리적이다. 전처럼 무작정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닐’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첫째, 미국의 한국과의 상품수지 적자가 지난 5년간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협정 발효 직전인 2011년 113억달러에서 지난해 277억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서비스수지는 오히려 미국이 매해 100억달러 정도 흑자를 내고 있다. 그리고 무기 수입액은 무역수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결과적으로 “무역뿐 아니라 서비스, 농축산 등 전체를 따지면 한미FTA는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 ‘상호 호혜적’이라고 평가한다”고 선언했다.



둘째. 한미FTA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두 개의 보고서가 있다. 정태인 교수(한겨레 21 제1175호)가 인용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2016년 보고서는 미국의 한국과 무역 적자가 2015년 283억달러지만, 한미FTA가 없었다면 440억달러의 더 큰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한미FTA로 157억달러의 이익을 본 것이다. 또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 의하면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 동안(2012~2016)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1년 8.5%에서 2016년 10.6%로 2.1%p 상승하고,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2.57%에서 2016년 3.19%로 증가하여 양국 모두 FTA를 통한 호혜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셋째,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 주평’(17-3)은 한미FTA가 폐기되는 경우 향후 4년간(2017-2020) 한국이 입을 대미 수출 교역의 손실을 연 30억달러로 추정했다. 연 30억달러 손실은 한국이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넷째, 지난 6월 말 한미정상 회담 기간 중 한국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하고 대규모 투자(향후 5년간 128억달러)와 구매(항공기 등 향후 5년간 224억 달러)라는 ‘선물’을 제공했는데도 트럼프의 개정 협상 요구를 막지 못했다. ‘미국 달래기’에 만 급급한 비위 맞추기 통상 정책은 이제 그 효과를 상실한 상태이다.

다섯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최저점(34%)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 대선 때 러시아의 불법 선거 개입을 수사하는 특검이 시작됐다. 트럼프 아들과 사위의 ‘러시아 관련’ 수사로 정치적으로 완전 ‘포위 상태’에 빠져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이 상황에 ‘출구 전략’으로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NAFTA 와 한미FTA)하거나 또는 탈퇴(TPP 경우)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에 케케묵은 ‘자국산 구매 규정(Buy America Act)’을 대폭 강화하는 등 극단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차분하고 당당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필수적이며, 최고의 대응책이 된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에 문재인 정부는 ‘꽃놀이패’는 아니지만 해볼 만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여 한국 경제에 플러스가 되는 협상 결과를 내야 한다.



박영철 국제칼럼 / 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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