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논란

대부분 국가는 국가유공자의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한다. 그 유공자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공을 세운 인사들이다. 한국 정부도 이런 전통에 따라 과거에 여러 차례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한국 우정 당국은 2008년 윤봉길 의사 탄생 100주년, 2016년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했으며, 2015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탄생 100주년 때는 ‘현대 한국 경제인’ 기념 우표를 발행한 바 있다. 2주 전 우정사업본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 발행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우표발행은 작년 5월 우표발행심의위원회 심의위원 17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나 정작 100주년이 된 올해에 발행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반대에 가담한 심의위원 17명 중 16명은 작년 찬성 결정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이 결정은 누가 봐도 정치적이다. 우정 당국이 왜 이번에 재심해야 했는지 그 속셈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 정치인들, 특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늘 엇갈리게 되어있다. 그러기 때문에 심의위원들은 해당자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역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이 있어야 한다. 심의위원들은 작년에 어떤 근거로 찬성했으며 이번에는 또한 어떤 근거로 반대했는지 분명히 이유를 밝혀야 할 의무를 피할 수 없다. 당국은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반대는 작년에도 있었으며, 이는 작년 결정을 뒤집을 만한 정당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박정희 대통령이 근대한국의 산업화 발판을 닦아 놓은 역사적인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 사람이 누리고 있는 경제발전을 박 대통령의 공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다. 이런 공을 무시하고 군사독재로 인해 민주질서의 저해와 국민이 받은 고통만을 고집한다면 그분의 공을 너무 과소, 과를 너무 과대평가한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2011년 미국 정부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2009년 6월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위원회’ 설치안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역경의 시대에 레이건의 낙천적인 가치관이 무엇보다 필요한 세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라는 말로 정적인 공화당 대통령을 칭찬했다. 87세의 낸시 레이건 여사도 자리를 같이했다. 2년 뒤 레이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 우표 발행 이외 많은 풍성한 행사가 오바마 정권에 의해 베풀어졌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정권 시대를 맞이하여 미 우정 공사(USPS)는 올 5월 케네디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트럼프 공화당 정권은 민주당 대통령인 케네디 탄생 100주년 맞아 기념 우표 발행한 것 이외에도 에어쇼·기념식·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하는 동기와 과정이 왜 이렇게 다를까? 이 문제에서 왜 한국은 정적과 이념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할까? 이 정권은 7년 후 김대중 전 대통령, 10년 후 김영삼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때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변명하지 않을 것이 너무 뻔하다.

문재인 정권은 심의위원의 결정을 대통령행정명령으로 번복시켜 기획대로 올해에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문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레이건 대통령 가족에게 보여주었던 것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 박정희 대통령의 가족을 청와대에 초청, 기념 우표발행 선언식을 가지면 어떨까? 그렇게 속 넓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허종욱 / 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