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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어느 평신자의 기도문

어느 평신자의 기도문을 읽었는데 어찌 이리도 잘 써서 하느님을 기쁘게 하고, 나를 부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 분은 평소 평신자를 넘어 신부나 수녀와 같은 성직자 수준의 신앙심을 지키고 있는 분이기에, 곁에 두고두고 되새기고 나름 행하려고 노력하며 나 역시 평신자의 기도를 읊어본다.

“주님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하나이다.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병듦에 감사하지 않으려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수영을 매일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즐겁게 먹으면 살이 별로 찌지 않는다는 핑계로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병들거나 약해지지 않도록 제게 늘 긍정 에너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고독의 수렁에 내던져 주심도 감사하나이다. 그것은 주님과 가까워지는 기회입니다. 누군가의 누구보다 오롯이 저 혼자임을 느끼며, 주님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성경을 무작정 아무 데나 펼쳐서 읽다가, 얼마 전부터는 성당 주보에 실린 구절을 읽으며 지내는데 참으로 좋습니다.

일이 계획대로 안되게 틀어주심도 감사하나이다. 그래서 나의 교만을 반성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계획을 세우는데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나를 더욱 깊이 살펴서 다음부터는 일이 틀어지지 않고 잘 돼서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저도 기쁘고 싶습니다.



아들딸이 걱정거리가 되게 하시고, 부모와 동기가 짐으로 느껴질 때도 있게 하심을 감사하나이다. 그래야 인간된 보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아들딸 같은 조카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좋은 한국 사람과 결혼해 재미있게 살아서 감사를 느끼고, 돌아가신 양가 부모님께 생전에 자주 못 뵌 것이 생각날 때면 반성합니다.
먹고 사는 것을 힘겹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눈물로써 빵 먹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돈은 내가 노력해야 얻을 수 있음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살도록, 제가 그이 돈으로 알뜰하게 살림을 하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땀과 고생의 잔을 맛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사랑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만 하고 고생한 만큼 얻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것은 계속 노력해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주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모든 일이 감사함 투성이입니다. 누가 잘되면 배 아파하거나 빈정거리지 말고 진심으로 잘됐다 하며 감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잘 되면 제가 잘나서 된 것이라 생각 말고, 주님께서 이루어 주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해주세요.

하느님 제가 오늘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렸나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게 해 주십시오. 기쁘게 해드린 게 있는 날 보다, 없거나 원망하는 날이 더 많더라도, 그 다음 날에는 용기를 주시어 다른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내일이 되게 하소서.”


박명희 / 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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