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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시] 낙엽

낙엽

여름은 참으로 풍성했네
햇볕과 비와 바람은 늘 부드럽게 우리의 육신을 어루만지어
우리는 점차 푸르게 푸르게 물들어 갔네.
사람들은 우리의 푸르름을 우러르고
우리는 허공에서 내내 만족했다네



이내 여름이 한 걸음 비껴간 후
먼 산자락에 붉은 단풍이 타오르면
우리는 알리라
떠나야 할 시간임을

어느 바람 부는 날
우리는 신부처럼 곱게 단장을 하고
서둘러 떠나야 하리
늘상 안타까이 바라만 보던
발아래에 펼쳐져 있는 미지의 땅으로

지금 단풍이 노을처럼 물든 계절
마침내 우리 모두가 떠나기 좋을 때이다.

이 허상의 높은 자리를 떠나 우리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자
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
그 저주받은 대지를 껴안고 입 맞추자
바람아 불어라
밤새 단장한 메마른 육신들로 대지를 포옹하게 하라
바람아 더욱 세차게 불어
우리들의 마지막 길을 멋지게 춤추며 날도록 해다오
그리하여 마침내
차가운 대지에 엎드려 겨우내 부활을 꿈꾸게 해다오.

노인용/카키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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