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령의 퓨전에세이]삶에도 쉼표를

시인·화가

하루 24시간, 우리는 시계를 보며 산다.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면 인생에서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다. 시간은 누가 만들었나, 시계는 누가 만들었나, 그건 몰라도 “시간은 돈이다”라고 말한 에디슨의 말을 믿으며 살고 있다.

1895년에야 주 7요일제가 도입되었고, 그다음 해부터 약력을 쓰기 시작했던 한국. 있는지 없는지 모르던 극동의 작은 반쪽짜리 나라를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국으로 세우는 데 반세기도 걸리지 않았다. 권력과 자본에 흡수된 개개인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될 때 영국의 한 매체가 1000년 동안 인류가 내놓은 최악의 발명품 리스트를 유명학자들로부터 받아냈다. 그 최악의 리스트에는 이 세상에서 마땅히 없어져야 할 제품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비닐봉지, 총, 마약, 스팸 메일 등….

인간 생물학(chronobiology)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에게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명종’이라고 답 할 것이라 한다. 현대인의 수면을 방해하고 낮의 일상을 피곤하게 만드는 발명품, 인간의 일주기 리듬을 생각하지 않은 무자비한 발명품이 자명종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자고 깨는 일주기 리듬을 관장하는 생체시계는 뇌에 있으며, 빛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자명종은 빛의 영향을 받고 수면과 깨어남을 조절하는 생체시계와는 상관없이 소리로 대뇌피질만 깨우기 때문에 사람의 일주기를 망가뜨리고 온종일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리듬이 망가지면 판단도 흐려지고 실수도 잦아진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판단 실수의 많은 경우가 의사와 간호사의 일주기 리듬이 망가졌기 때문이며, 인도의 보팔화학공장, 옛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쓰리 마일 섬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의 일주기 리듬을 거슬렀던 직원들의 판단 착오로 벌어진 대형사고였다는 것이다.

일본인 의사 샤이쇼 히로시의 말도 생각해봄 직하다. “야행성 인간이 성공한 일은 역사에 없다.” 밤이 되면 휴식의 의무를 지닌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져 졸리게 되고, 아침이 되면 활동의 의무를 지닌 교감신경의 기능이 활발해 움직이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자연적인 생리라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유전자 711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4년 전 영국의 연구팀이 밝혀냈다. 닭울음 소리에 일어나 땅을 갈고 해지면 돌아오던 옛 농부들의 생체시계가 옳았다. “아침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다.” 이건 카네기의 말이고, “아침은 입에 황금을 물고 있다.” 이건 이탈리아인들의 잠언이다.

그런데 복잡해진 현대구조는 밤과 낮을 완전히 바꾸어 살아야 하는 직업을 만들어 냈다. 밤일하는 공장, 밤일하는 경찰, 소방직원들, 수많은 사람이 생체시계를 거스르며 우리를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린 참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고맙고 미안하다.

전압이 높아지면 서킷 브레이커가 킥 아웃 되듯 생체시계를 거스르고 한없이 가속도가 붙고 있는 우리 삶에 필요한 게 있다. 쉬는 것이다. 우린 쉬는 게 죄처럼 산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 인생에도 자주 쉼표를 넣자. 그래야 더 멀리 갈 수 있으니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