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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마음을 읽는 책장]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양국이 발표한 합의 내용을 두고 ‘이면합의론’이 제기됐다. 한국이 필요한 무기 외 불필요하게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기로 이면합의하고, 한미 FTA 재·개정 요구를 무마시켰다는 주장이다.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 정부의 빈곤한 외교력이 지적되곤 한다. 외교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협상이다. 그 협상은 주고 받는 이해관계가 분명해야 한다. 되도록 적게 잃고 많이 받는 협상일수록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박사가 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사진)를 보면 효율적인 협상을 위한 12가지 전략이 등장한다. ‘목표에 집중하라’, ‘감정에 신경 써라’, ‘차이를 인정하라’,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같은 내용이다. 쌀로 밥짓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인간 심리에 기초한 고도의 협상 기술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심리 즉,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기 전에는 갈등을 해소하거나 기회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특히 갖가지 화술과 기술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목표를 잊고 협상 자체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과일 음료 판매 업체인 선디아(sundia)의 CEO 브래드 오버 웨이저는 대형 수박 재배 업체들을 찾아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수박에 선디아 스티커를 붙여주기만 하면 구매 계약을 맺겠다고 제안했다. 재배 업체들은 아무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선뜻 동의했다. 그 결과 유통 업체들은 과일에 붙어있는 선디아 스티커를 보면서 브랜드를 인식하게 됐고, 2년을 기다린 브래드는 유통 업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이후 선디아 시장 점유율은 단기간에 32%까지 치솟았다. 협상에 포함되지 않은 상대의 요구를 폭넓게 파악해 목표치를 끌어올린 방법이다. 같은 대상이라도 사람마다 매기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양측이 대상에 부여하는 가치의 차이를 알면 적절한 선에서 교환할 수 있다. 교환 대상의 범위를 넓힐수록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찾기가 쉬워진다.

흔히 협상 테이블에 오른 사안들이 많을수록 협상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 중 하나다. 사실은 그 반대다. 그만큼 교환할 대상이 늘어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협상을 원할 때에는 가능한 많은 사안을 끌어 모아 주전 선수는 물론 후보, 교체 선수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협상의 기술은 비단 CEO들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협상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레바논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A는 회사가 임의대로 보너스를 결정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이 말은 결국 보너스가 아주 적거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A는 상사에게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계산해줄 것인지 물었다. 회사의 표준을 확인한 다음 지금까지 자신이 회사에 기여한 가치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거기에는 쿠웨이트의 인맥을 활용해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한 실적이 포함돼 있었다. 결국 A는 3만 달러의 보너스를 약속받았다. 이렇게 회사에서도 항상 표준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표준은 부당한 대우나 대접에 맞서는 보호책이 되기도 한다.

협상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다. 회사, 가정은 물론 부모 자녀 사이에서도 상대의 마음을 얻는 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교환을 좋아한다. 욕조에서 계속 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지금 욕조에서 나오면 내일은 분홍색 입욕제를 넣어줄게.” 라고 제안해야 한다. 세 살짜리도 기꺼이 협상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아이와의 협상도 그리 어렵지 않다.

수험생은 대학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취업준비생은 면접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몸부림치는 TV속 광고는 말할 것도 없다. 협상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협상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상황만 있을 뿐이다. 협상이라는 단어가 너무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들린다면 협상을 ‘의견 교환을 통한 목표달성’으로 이해해보자. 몇 가지 기본 원리만 제대로 알아도 목표달성은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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