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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세상] 제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

지경희 카운슬러 / LA고등학교
지경희 카운슬러 / LA고등학교

[LA중앙일보] 발행 2018/01/02 미주판 27면 기사입력 2018/01/01 12:49

인생을 살아오면서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 있다. 자기주도의 적극적인 삶을 살면서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멘토나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과 늘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그들 삶의 방향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늘 긍정적이며 매우 유연한 사고를 지녀서 상대방을 편안하게 대해주는 여유가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지인 여섯 명과 연말 저녁모임을 가졌다. 전문직 여성 여섯 명이 모인 자리이기에 그들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며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들 소소한 일상을 매 순간 놓치지 않으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적당하게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자기 분야에서 보통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사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들과 함께 건강, 커리어, 은퇴 후의 삶 등에 대한 고민, 생각 등을 자연스럽게 나눴다. 이러한 문제들이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갖는 자연스런 현상이기에 대화는 더 자연스럽고 편했다. 이렇게 지인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하게 나이 들어간다는 게 정말이지 많은 위로가 된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자기 과시가 아닌 자신의 고백이고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이 아닌 무한 공감이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만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다음날엔 12년 전에 졸업한 한인 학생 A가 찾아왔다. 나는 대부분 학생이 그렇듯 대학 편입을 위해 고교 성적표를 가지러 오면서 내 사무실에 잠시 들렀는 줄 알았다. 그는 이미 다 서류를 내고 지금은 임시직으로 일을 하면서 대학편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이제 막 서른 살을 넘어가며 무엇인가 힘겨운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누군가와 확인 도장을 '꽝'하고 찍고 싶었던 것이다.

"그냥 지나가다가 혹시 선생님이 아직도 계신지 생각나서 들렀어요"라고 말하는데 내게는 '선생님, 전 지금 생각이 복잡해요.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인데 이제 다시 공부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요'라고 들렸다. 나는 A의 등을 토닥이며 "30대까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40대에는 열심히 일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해"라고 말했다.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나를 찾아준 게 고마웠다. 또 내가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어 A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게 너무 기뻤다.

내가 내 자리를 지켜야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내 제자들이 어느 날 누군가와 말 한마디 하고 싶을 때 나를 떠올려준다면 참 감사할 일이다.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눌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 말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있는 동안 언제든 찾아오라고 말했다.

새해엔 더 많은 학생과 그들의 생각과 미래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다. 많은 학생들이 주위의 성공한 사람이나 훌륭한 롤모델을 찾아 의논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데 좀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사회의 성공한 사람들 역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등받이가 되어준다면 좋은 일이다. 그들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 준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2018년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배우는데 게을리하지 말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멘토를 찾아가서 자신의 진로와 고민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지인 여섯 명과 마지막 코스는 언제나 쌍화차를 마시며 다음번 만남을 약속한다. 아직은 쌍화차에 달걀 노른자를 동동 띄워 마시는 단계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새해엔 이렇게 서로 덕담을 나누며 격려하고 더 성장된 모습으로 이웃들과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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