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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낭만의 여행] 지중해 바라보며 그리스풍 낭만에 취하다

시칠리아 섬 유서 깊은 도시, 시라쿠사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눈물의 성모마리아 성당’유명세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 “헤우레카(유레카=영어)”라고 외쳤던 아르키메데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지만 태어난 곳은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라는 도시다. 당시 시라쿠사는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그의 묘지에 도착하니 묘비는 보이지 않고 다 허물어진 돌덩이만 잔뜩 쌓여있다. 아르키메데스가 죽기 전, 로마군은 시라쿠사에 접근 조차 할 수 없었다. 그가 만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투석기때문이었다. 햇빛을 반사한 열선, 배를 들어 올리는 갈고리, 물을 쉽게 끌어 올리는 나선식 펌프도 바로 그의 발명품이다.

아깝게도 아르키메데스는 위대한 수학자를 몰라 본 로마 병사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르키메데스가 75세가 되던 기원전 212년 이야기다.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 무덤은 사라졌어도 그를 기리는 족적은 세계 곳곳에 남아있다. 수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예로 여기는 필즈 메달에도 아르키메데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시라쿠사는 성경 말씀에도 등장한다. 사도행전 28장 12절에 나오는 ‘수라구사’가 바로 시라쿠사를 이르는 말이다.

1608년 10월 카라바지오는 몰타 감옥을 탈출하여 시라쿠사로 왔다. 그는 시칠리아에서 1년 정도 머무르며 세 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 중 한 점이 산타루치아 알라바디아 성당에 걸려있는 ‘성 루치아의 매장’이다. 성 루치아는 303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시라쿠사에서 순교 당한 순교자다. 카라바지오의 그림 모두가 그렇지만, 이 작품 또한 보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온다. 어둠 속에서 금새 일어날 것 같은 그림 속 주인공들의 리얼한 표현 때문이다.



그의 발자취는 고고학 공원의 동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원래 고대 석회암 채석장이었던 이곳은 감옥으로도 사용됐던 장소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시라쿠사의 독재자 디오니시오 1세는 정적들을 모두 이곳에 가두었다고 한다.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동굴의 특성은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말소리를 듣게 된다. 후에 카라바지오는 이 동굴을 ‘디오니시오의 귀’라고 이름 짓는다.

고고학 공원에는 동굴 외에도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이 있다. 경기장은 길이 140m, 넓이 119m의 크기로 2개의 입구와 복잡한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로마 제국은 기원전 212년 시칠리아를 점령하고 후에 원형경기장을 건설했다. 폐허가 됐던 경기장이 사람들에게 발견된 것은 1839년.

이곳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 가면 기원전 5세기에 건설한 그리스 극장이 있다. 그리스 극장은 돌을 가져와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 지형의 거대한 암석을 깍아 만든 것이다. 자리에 앉으면 멀리 지중해가 보이고 아래로 극장무대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일석이조의 관람을 이곳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좌석 뒤로는 동굴 속에 작은 폭포가 보이고 갈레르미라는 수로가 있다. 수로는 님프들에게 바치는 것으로 이곳을 ‘님프의 동굴’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스 극장의 수용인원은 모두 1만6000명. 2500년 전에 건설된 극장이지만, 지금도 이곳에서는 공연을 한다.

‘눈물의 성모 마리아 성당’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건축가들에 의해 1967년 공사를 시작, 1993에 완공된 건축물이다. 199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축성됐다. 이 성당은 교회 제단 중앙에 있는 ‘성모 마리아 상의 기적’을 기념하고 보존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기적은 1953년 8월 29일부터 9월1일까지 이루어졌다.

당시 성모 마리아가 흘린 눈물을 채취해 검사해 본 결과, 사람의 눈물과 같은 성분이었다고 한다. 외관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갸 교회를 닮았다.

시라쿠사 대성당은 2005년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안에 포함돼 있는 건축물이다. 7세기에 도리아식으로 건축됐는데 기원전 5세기에 지은 아테네 신전 위에 지었으므로 역사는 길다. 지금의 시칠리안 바로크 양식의 흰 대리석 성당으로 변모한 것은 18세기. 당시 시라쿠사에서 3500명이 사망한 1693년 시칠리아 대지진 이후의 일이다. 시라쿠사에는 대성당을 포함해 모두 13개의 성당이 있다.

대성당 앞 광장은 시라쿠사의 중심지로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할 수 있다. 모니카 벨로치가 주연한 말레나(Malena)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벨로치가 하이힐을 신고 대성당 앞을 지나면 모든 남자들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향했다. 남자들의 추파와 여인들의 시기와 질투는 말레나의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 본 전사자 미망인의 아름다움과 기구했던 말레나의 삶. 대성당 앞에 서니 벨루치의 슬픈 하이힐 소리가 또각또각 들려 온다. 말레나는 시네마 천국(1988)을 감독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2000년도 작품이다. 카라바지오가 모니카 벨루치를 그렸다면 과연 어떤 작품이 탄생했을까? 여행은 가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주기도 한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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