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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다양한 것이 '정상화'다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등의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들을 통해 한인 여배우 샌드라 오 등 수많은 소수계 배우들을 브라운관에 선보인 ABC 방송의 스타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는 지난 2015년 중요한 발언을 했다.

지난 2015년 3월 LA에서 열린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행사에서 라임스는 "나는 다양성(diversity)이란 단어를 싫어한다. 왜냐하면 TV에 여성, 유색인종,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작업이 마치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TV를 정상화(normalizing) 시키고 있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소수계 중에 소수계인 흑인 여성 프로듀서로 ABC방송에 무려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안겨준 것으로 평가받는 라임스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소수자의 다양성을 끊임 없이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 발언은 신선했다.

즉, 방송에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그녀의 작업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정상화 작업이지 다양화 작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라임스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정상인들이라고 본다.



그녀의 발언은 다양한 인종과 성향의 인간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 그대로 적용된다. LA에 잠시 와 있는 주재원이나 방문객들은 의외로 다양한 종류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는 점에 놀란다. 노스페이스 국민복이나 롱패딩으로 대표되는 획일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각자 미국에 온 시기와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미주 한인들이라고 다 같은 사고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리고 미국은 그런 다양한 사고가 정상적이고 그런 다양성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 가운데 여전히 폐쇄적인 획일화된 사고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인이라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마켓에 가고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하고 한인 교회에 가야 하고 한국 정치에 관심을 보여야 하고 한국 스포츠를 잘 알아야 하고 한국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정체성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1.5세인데도 한국 드라마만 보는 사람들도 있고 유학생 출신인데 미드만 시청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식이 비한인과 결혼하거나 사귀어도 반대하지 않고, 노래방에 가서 최근 한국 노래를 몰라서 팝송만 부르는 한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같은 한인사회 에서도 수많은 종류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고 그게 정상이다. 이런 다양성이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는 한인사회가 필요하다.

25년 전 같은 대학원 과정에서 이민 온 한인 학생과 유학 온 한인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다. 이민 온 한인 학생들은 유학생들이 돈이 많다고 싫어하고 유학생들은 이민 온 학생들이 영어 잘 한다고 잘난 척 한다고 싫어했다. 그러나 유학생이라고 꼭 돈이 많은 것은 아니고 1.5세 학생들이라고 꼭 영어를 잘 하지는 않는다.

고교에서도 조기유학생들은 2세 한인 학생들로부터 FOB이라고 놀림당하고 유학생들은 2세 학생들이 한국말도 못 한다고 손가락질 한다. 많은 한인 부모들이 대부분 자녀들이 영어도 잘 하고 미주류사회에 진출해서 전문직을 가져서 부모세대보다 풍요하고 인종차별 느끼지 않고 보란 듯이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자녀들의 친구 사귀기나 배우자 찾을 때 이왕이면 한인, 아니면 최소한 백인들과 만나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사고방식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건 정상화가 아니다. 정상화는 다양한 사회에서 다양한 인종과 인간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생활하는 데 있다.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2018년 무술년 새해는 정상화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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