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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부족한 이들의 완성 조합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를 보고

다양한 판타지영화를 발표하고 있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이번엔 판타지에 멜로드라마를 입혔다. 원제 ‘The Shape of Water’는 ‘물의 모양’은 없고, 단지 담기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정해진다는 의미다. 우리말 제명에 ‘사랑의 모양’이란 부제가 덧붙여졌는데, 사랑도 물처럼 어디에 심어지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피어난다는 뜻일 게다.

미소 간에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1962년, 미국 정부의 비밀 연구소가 배경이다.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못 하는 일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이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영화관 2층에 살고 있으며 옆집에 사는 게이 노화가인 가일스 (리처드 젠킨스 분)와 서로를 위로하며 가깝게 지낸다. 직장에선 수다스럽지만 성격좋은 흑인 여성 젤다 (옥타비아 스펜서 분)와 단짝이다. 말을 못 해 늘 조용하지만 일라이자의 내면엔 열정이 가득하다. 어느날 ‘양서류인간 (Amphibian Man)’ (더그 존스 분)이라는 괴생명체가 육중한 철제 탱크에 실려 연구소로 옮겨 온다. 연구소의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 (마이클 섀넌 분)는 그 생명체를 무척 폭력적으로 대한다. 반면에 연구원인 호프스테틀러 박사 (마이클 스털바그 분)는 그를 인격적으로 대하고자 한다. 일반인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일라이자가 괴생명체와 교감됨을 느끼고 수화를 통해 의사 소통을 하게 된다. 괴생명체를 해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일라이자는 가일스, 젤다 등의 도움을 받아 괴생명체를 연구소에서 빼내기로 한다.

판타지영화임에도 굳이 배경을 1962년 미국으로 정한 건 감독이 의도한 바다. 당시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미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내는 데 있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권은 백인 남성에게 있었다. 영화에서는 권력을 쥔 미국 백인 남성과 대치하는 세력으로 여성, 장애인, 흑인, 성소수자, 소련인, 그리고 괴생명체를 내세우고, 이들이 힘을 합해 기술이나 물질보다 더 귀중한 사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백인 남성을 대표하는 스트릭랜드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문제만 더 커지고, 열등하다고 여겨진 이들이 오히려 완성을 향해 나아감을 대비시킨다.

1962년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사용으로 영화 전편에 걸쳐 클래시컬한 분위기가 넘친다. 전체적인 톤이 어둡고 잔인한 장면도 등장하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이미지 연출과 상황에 따른 컬러의 구분 사용으로 매우 아름다운 영화가 됐다. 잠깐씩 삽입된 냉전시대다운 느와르 장면과 상상 속의 뮤지컬 장면도 영화 보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대사 한 마디 없이 감정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샐리 호킨스의 열연이 돋보인다.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한 데 이어, 골든글로브상에 최다 부문 후보로 올랐고 (감독상, 음악상 수상), 오는 3월 4일에 거행될 아카데미상에는 최다 13개 부문 후보로 올라있다. ‘그래비티’ (2013)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버드맨’ (2014) 및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5)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김독과 함께 멕시코의 3대 감독으로 꼽히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만 아직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지 못 했는데, 금년에는 이 영화로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최근 수년간 멕시코 출신 감독들이 아카데미상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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