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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를 갉아먹는 미움의 감정

하루의 끝자리에서 부어 오른 발을 쓰다듬어 줄 때 가슴이 찡할 때가 많다. 따뜻한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저 밑바닥에서 온 몸의 무게를 감당해주는 발은 불평하지 않는다. 양말에 싸여 또 신발에 갇혀 어둡고 답답해도 발냄새마저도 껴안는 발은 넓은 가슴을 지녔음직하다. 몸 지체 중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주인의 의지에 따라 가고자 하는 곳에 어디든 앞서 간다. 더러운 것을 제일 먼저 그것도 기꺼이 밟는다. 두 발은 공평한 무게 분담을 사이좋게 한다. 다툼 없이 앞서고 뒤서는 화목 행진이 없다면 질서는 무너지고 건강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부부관계로 많이 야윈 후배는 남편이 몹시 밉다고 했다. 인내의 벼랑에 서 있으며 하루하루 견디기가 참으로 힘들다 했다. 우리는 성경 반에서 만났고 두 남매를 최선을 다해 키우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주부다. 창백한 안색에 미움이 짙게 드리워져 흐느낌이 눈물과 함께 온 몸을 파도치고 있었다. 후배의 아픔은 이곳 이민가정의 아픔이며 한 여자의 아픔이었다. 답답한 가슴은 식은 커피만 마셔 댔다.

건강 캠프에서 배운 지식을 나누었다. 미운 감정의 출발은 나에게서 나가서 3배로 확대 증폭되어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 와 미운 대상을 해치기 전에 먼저 나를 해치는 어리석은 에너지라는 점을 얘기해주었다. 천사도 아닌 인간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사랑의 대상으로 빚은 인간이 증오심의 독충에 갉아 먹히어 생명이 오그라드는 것을 차마 못 보겠다는 하나님 차원의 애정 고백의 극치임을 후배에게 말해 주었다.

미운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는 좋은 마음은 10배로 본인에게로 되돌아와 건강해지고 평안한 마음이 되어 몸을 이완시키는 숨어 있는 힘, 그 신비함을 들려주었다. 좋은 감정은 생명적 에너지며 미움은 사망적 에너지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려 했다.



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생의 거친 들판 험한 산길을 만날 때 발바닥의 마음이 되어 보면 쉽게 지나갈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내가 낮아져서 밑바닥에서 올려다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생명적 에너지 장(場)에 머물고 싶다고 다짐을 주고 떠나는 후배의 표정에 다소 생기가 보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존이 확실한 숨어있는 것들의 위대한 힘, 생명에 직결되어 있는 뿌리나 발바닥 같은 존재, 사계절이나 자연을 통해 창조질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학이란 숨어있는 것들을 들춰내어 눈앞에 펼쳐주는 체계화된 학문 아닌가. 용서하는 마음은 바로 이런 하늘마음에 참여하는 인간의 전파이다. 후배 가슴 가득 이 전파가 흐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빨리 오기를 바랐던 지난 주말이었다.


김영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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