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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4·19는 왜 혁명이 됐나

#. 혁명이란 기존 질서나 제도, 사고방식 등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4·19는 미완의 혁명이다. 지금도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끊임없이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정점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헌법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 참배 후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4·19 혁명의 정신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다. 혁명이라면 사회를 확실히 바꾸는 무엇인가가 있어야지 고상한 정신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사실 한국 사회를 외형적으로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은 4·19보다는 5·16이었다. 5천년 뿌리 깊은 가난을 극복했다. 비약적인 경제 발전으로 중진국 도약의 발판을 닦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중산층이 형성됐다. 그들이 훗날 민주화의 실질적인 주역이 됐다. 5·16의 그림자는 이렇게 짙고 길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민심이 달라졌다. 긍정적 성과보다는 장기 독재, 정경유착, 인권 문제 등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었고 5·16에 대한 평가도 점점 더 인색해졌다. 혁명에서 다시 쿠데타로 그 명칭이 바뀌고 있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 세조(世祖, 재위 1455~1468)는 조선 27명 임금 중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많은 업적을 남겼다. 호패법과 직전법을 실시하여 경제를 안정시키고 국방을 튼튼히 했다. 경국대전을 비롯해 다양한 편찬 사업을 벌여 문화 융성도 이끌었다. 아버지 세종이나 조선 후기 부흥을 이끌었던 영·정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치적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알아주지 않았다. 조카로부터 왕위를 빼앗고 친동생들까지 죽인 비정한 인물이라는 비난이 수 백년 간 따라다녔다.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은 쫓겨난 단종이고 세조는 조연인 경우가 더 많다. 왜 그럴까. 결국은 대의명분이다. 아무리 동기가 가상하고 결과가 훌륭해도 과정이 옳지 않으면 백성들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 '춘추(春秋)'라는 중국 역사책이 있다. 공자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은 춘추시대 노(魯)나라 12명 왕의 242년간을 기록한 연대기다. BC722년부터 BC481년까지를 서술했으니 2500년도 더 된 옛날 기록이다. 이 책이 지금도 중요한 이유는 후세의 모범이 된 서술방식 때문이다. 오직 객관적인 사실에만 입각해 왕들의 일대기를 공명정대하게 기록했다. 사람들은 이를 춘추필법이라 불렀다. 후세의 모든 사관(史觀)이나 언관(言官)들이 금과옥조로 삼은 정론직필의 원칙도 여기에서 나왔다.

세조에 대한 기록을 남긴 사람들도 그랬다. 당시 사관들은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본 대로 들은 대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그릇된 사안에 대해선 준엄한 비판까지 남겼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당한 승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근원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일 수밖에 없었다. 5·16이 4·19를 끝내 넘을 수 없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올해 4·19는 58주년이었다. 다음 달 5·16은 57주년이 된다. 벌써 두 세대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당시 주역들은 대부분 70~80대 고령이 되었다. 그 사이 4·19는 혁명이 되었고, 5·16은 다시 쿠데타가 되었다. 정말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는 좀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바른 마음(正心), 바른 길(正道)이 결국엔 이긴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어떤 길이 의미 있는 삶의 길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4월이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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