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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훈 무용단 LA공연 리뷰] 현대무용의 오늘을 경험하는 값진 기회

무용은 엄연히 예술의 한 장르이다. 무용은 몸 동작 호흡 등의 수단들을 표현의 도구로 사용한다. 친절한 언어적 설명들은 오히려 구차하다.

현대무용의 본질은 실험 정신에 있다. '컨템포러리'라는 단어는 현대를 의미하는 '모던'보다 더욱 현재적이고 그래서 미래적이다. 사고의 틀을 깨는 본질적으로 진보적 색채가 강한 그리고 이제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움을 향한 창조 행위이기에 때로는 불온하기까지 하다. 현대무용의 추상성 바로 실험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공연이 지난 주 문화원에서 있었다.

LA한국문화원의 2018년도 아리프로젝트 세 번째 공연은 꾸준히 실험을 시도하는 현대무용가 박나훈의 무대였다. 현대무용계에서 중견의 입지를 굳혀온 박나훈의 대표작들과 함께 한국 현대무용의 오늘을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번 공연은 세 개의 다른 작품이 하나로 연결되는 연작 형태의 구성을 지녔다. '두 개의 문'을 통해 고뇌하고 '모르는 두 사람 만지기'의 만남을 이루며 '세 개의 공기'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교감의 현장을 연출하고자 했다. 설치미술과의 협연 현대무용의 추상화적 미니멀리즘 위에서 그려진 이번 작품들은 출연진의 다이내믹한 테크닉이 고르게 조화를 이루었고 이들의 진지한 연기는 끝까지 긴박감을 잃지 않았다.



박나훈의 작품들의 특징은 '호흡'이다. 호흡만큼 살아있음의 구체적인 표현은 없다. 숨소리 호흡 맥박은 그의 안무의 방식이요 연기의 기본 도구이며 관객들과 만나는 매개체이다. 호흡은 존재의 드러냄이요 확인의 절차이다. 나를 찾고자 함이고 너를 만나기 위함이다. 너를 안고자 함이고 너에게 안기고자 함이다. 인간적인 사랑의 절규이다.

소극장 공연의 특징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숨소리 하나까지도 표현의 수단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긴장감이 항상 무대를 감싸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춤언어인 몸짓과 영혼의 언어인 숨소리와 호흡으로 표현되어 전달된다.

박나훈의 솔로 '두 개의 문'은 소쿠리들을 소품으로 사용 약육강식의 형이하학적 현장을 묘사하면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라는 형이상학적 관념의 대칭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신과 대화한다. 관객들이 그가 남기고 들어간 독백의 여운 속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박신영 조동일의 듀엣 '모르는 사람 만지기'가 시작된다. '안고 안아주는' 인간의 원초적 만남이 철저하게 차단된 현대인의 삶에서 호흡하고자 하는 절규 단절의 외로움에서 박차고 나오려는 몸부림 고통의 외침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세 개의 공기'에는 최아진이 가세 세 무용수의 격렬한 춤판으로 이어진다. 갈구하는 우리들 삶에 있어 하나의 본능이다. 그 갈구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채워져야 하는 것들이 혼합되고 혼돈되며 순환된다. 사랑과 욕망이 공기로 표현됐다. 우리를 호흡하게 하는 공기 그 공기로 채워져야만 생존할 수 있는 그리고 뭔가를 끊임없이 갈급해하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문화원이 공모한 2018 아리프로젝트에 본국의 현대무용단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역 확장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모처럼의 현대무용 공연인데도 LA무용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 행위의 시작은 남의 공연을 경건히 관람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는 점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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