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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인상권'이 필요한 이유

메뉴판을 들고온 직원의 말에 잠시 당황했다. 한인처럼 보여 당연히 한국말을 예상했는데 영어로 주문을 받아 갔기 때문이다. LA한인타운에서 그것도 대부분이 한인업소인 쇼핑몰에서 영어로 음식을 주문하다니…. 타운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 커피 체인점을 찾았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LA한인타운 상권이 변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달라지는 느낌이다. 바비큐 식당에 타인종 고객이 북적대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고, 이젠 설렁탕 심지어 추어탕 집에서도 마주칠 정도다.

타인종이 운영하는 업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중에는 이름이 제법 알려진 업소도 꽤 된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당시만 해도 타운 쇼핑몰 측에서 유명 업소들에 입주 여부를 타진하면 돌아온 답은 '노'가 대부분이었다. 한인타운이 관심을 가질만한 시장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 한인타운 상권의 위상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한인을 비롯해 구매력 있는 고객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고객이 늘다 보니 상권이 커지고, 상권이 다양해지다 보니 새로운 고객층이 또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매사가 그렇듯 '상권 다양화'에도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펙트럼은 넓어지는 반면, '한인상권'이라는 색깔은 점차 옅어지는 느낌이다.



굳이 '한인상권'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권'이라는 것에는 생업 공간이라는 기능적 의미 외에 커뮤니티의 구심점이라는 본질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 상권'에도 남가주의 한인 이민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1세대들의 애환이 녹아 있고, 수많은 활동들이 이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특히 소수계 커뮤티니에 자체 상권의 존재 의미는 크다. 내부적으로 커뮤니티의 동질감을 갖게 하고,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LA와 같은 다인종 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LA카운티는 미국 최대의 메트로폴리탄 지역이다. 당연히 아시아계 인구도 많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LA카운티에 거주한 대표적인 아시아계는 한인을 비롯해 중국계·필리핀계·일본계·베트남계·인도계 등이다. 이중 인구 숫자로만 '톱3'를 가려보면 중국계가 전체 인구의 4%로 가장 많고, 이어 필리핀계(3.3%), 한인(2.2%) 순서다. 필리핀계 인구가 한인보다 10만 명 이상 많은 셈이다.

그런데 '커뮤니티의 존재감'을 순위로 매기면 순서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한인 커뮤니티가 필리핀 커뮤니티를 앞설 것으로 생각된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터무니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결론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했지만 개인적으로 자체 상권의 존재 여부에 가점을 많이 줬다. 상권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은 정치력의 든든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한인상권'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권의 3대 축인 고객·업주·건물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 하나 혼자만 더 이익을 보겠다고 욕심을 부린다면 성장은커녕 굴러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요즘 1세대들의 은퇴가 늘면서 한인상권은 세대 교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음 세대들에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한인상권이 왜 중요한지 그 이유도 함께 물려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20년 혹은 30년 후에도 '한인상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김동필 경제부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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