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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세 치 혀의 비애

우린 때로 상서롭지 못한 일로 교활한 세 치 혀에 휘둘린다. 거짓말이 생명과 관계된 일도 아닌데 처세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한 가지 거짓말엔 열 가지 거짓말이 따르며 포장에 포장을 거듭하게 된다.

거짓말을 하는 심리엔 악의없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순간적인 '혼란의 거짓말',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허영의 거짓말', '체면과 변명의 거짓말',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끼쳐 처벌 대상이나 양심에 가책을 받을 '악의 거짓말'까지 매우 다양하다. 사람들은 때로 시기질투와 유치한 이해타산을 바탕에 깔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에 심한 거부반응을 지닌 친구는 조개를 잡아 법대로 딱 40개를 세어 담고 나머지는 모래에 묻었다. 우연히 지켜본 일행이 "바보가 따로 없네" 한다. 그 바보가 어느 날 식품점 카운터에서 장 본 걸 계산대에 올리며 "아저씨, 지난주에 캐시어가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집에 가보니 감 한 자루가 계산이 안 됐어요"라고 한다. 순간 아저씨는 깜짝 놀라며 "요즘 그런 사람 없는데, 그럴 땐 말없이 그냥 드셔도 되는데, 참 고맙습니다" 한다. "감은 맛있게 다 먹었는데 그대론 마음이 편치 않아서요." 유쾌하게 웃으며 돌아서 나오며 "마음 편한 것이 어디 그깟 감 한 자루 값에 비길쏘냐?" 하고 빚진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나니 마음이 개운했다. 이것이 요즘 보기 드문 진짜 바보의 변이다.

물론 우리 대다수는 남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남루한 도덕성을 가졌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끝없이 성찰하며 더 노력해야 하리라 싶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단수 높은 거짓말을 지능적으로 하는 걸 수 없이 본다. 물론 자신의 명성과 인격을 바탕에 깔고 '감히 저런 높은 덕망있는 사람이 그랬을라고' 하는 심리를 다분히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거짓말 역시 시대 따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이젠 정말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강도의 거짓말을 버젓이 하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쉽게 하는 거짓말이 그 사람의 '성격을 바꾸고 인격까지 망가트려 범죄자로 만들고, 우리 사회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 색깔로 구분한다면 정말 심각한 새빨간 악의 거짓말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가기도 한다. 양심을 저버린 빨간 거짓말에는 치료제도 없다. 부자나 지식이 돈독한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안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살면서 누구라도 거짓말에 자유롭지는 못하고 얼만큼 더하느냐 덜하느냐 일 것이다. 인간이란 잘 나가다가도 때로 유혹 앞에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연약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깊은 성찰로서 올바른 도덕성을 갖춰 참말만 골라서 하기에도 나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지 싶다. 물론 실천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걸 살면서 수없이 경험한다. 그래도 유한한 인생 정갈하고 깨끗하게 마음 편히 살려면 거짓말은 최대한 삼가야 하리라.


박유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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