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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제 칼럼] 호주 방문기

지난 2주간 가족과 함께 호주 시드니를 다녀왔다. 장모님 칠순 생신 기념으로 처가 가족이 20년만에 처음으로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에는 10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가장 큰 한인교회의 출석인원은 3500명 수준이다. 호주는 미국같은 노예제도 역사가 없고, 기존 원주민 숫자도 원래 적었는데(60만명) 유럽 이주민이 가져온 전염병에 학살까지 당해 그 후손은 이제 호주 대륙에 6만명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시드니에는 미국 대도시처럼 따로 슬럼가가 없었다. 거리에는 흑인은 거의 없었고, 키가 엇비슷한 (미국에 비해 덩치가 작은) 백인들과 아시아인들로 붐볐다. 총기보유가 허용되지 않아서인지, 거리에 사람들이 편하게 다니는 모습이다. 한인 이민사회는 영주권으로 가는 문호가 더욱 좁아져서 그 성장은 더딘 것으로 보인다.

호주가 영국 식민지로 1800년대에 시작돼 200년이 채 안된데다, 한인 이민도 1980년대부터 시작되어 이제 겨우 30년차다. 신생국가에 짦은 역사의 이민사회다. 물론 호주 전체 인구(2700만명)의 25%가 몰려 사는 시드니와 경쟁도시인 2대 도시 멜번(인구 450만명) 일대까지만 방문해보고 와서 호주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하기는 힘들지만, 그 자연의 광대함 만큼은 미국 대륙을 무색케 했다. 문득, 호주의 땅 크기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의 땅 크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른쪽 좌석에서 운전하고, 왼쪽 주행도로라서 헷갈리기는 했지만, 호주 남동쪽 귀퉁이에 불과한 시드니에서 멜번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제한속도 시속 110킬로미터(약 70마일)로 13시간이나 달려야 했다. 가는 끝까지 목장지대로 양떼들을 키우고 있었다. 호주에는 1억마리가 넘는 양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항구 도시로 꼽힌다. 시드니는 지형 자체가 해안 산악지대에 꼬불꼬불 안으로 들어간 해안 계곡들과 해변이 곳곳에 있는 천하의 절경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곧게 뻗은 길이 없고 꼬불꼬불하고 오르락 내리락 길이다. 도시 곳곳의 해변이 모래사장과 계곡과 절벽이 즐비한 절경이다. 이 아름답고 광대한 땅, 호주 대륙의 인구는 충격적이게도 30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인구가 2700만명이라고 한다. 한국의 수도권 및 경기도 인구와 비슷하다. 수도권 경기도 인구가 중국 땅덩어리, 미국 땅덩어리만한 호주 대륙을 차지하고 이민을 어렵게 해서 문호를 꽉 걸어잠근 채, 세계적으로 더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륙이 거의 건조한 사막에 광야지대라 해안선 일대에만 거주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 아시아 국가엔 인도네시아가 인구가 3억명이 넘고, 말레이시아는 2억명에 육박하고, 중국과 인도는 각각 13억명을 돌파했다. 또 일본도 1억명이 넘는다. 좁은 땅에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드니와 인근 도시에는 백인들 이외에 유달리 동남아시아인들이 많이 보였다. 어려운 이민의 문호를 뚫고 정착한 사람들이다. 호주는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 종교 탄압을 피해서 신앙의 자유와 신세계 건설을 위해 이주해온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1776년 독립하면서, 영국이 더 이상 죄인들을 미국 식민지에 가둬 버릴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당시 땅끝인 멀고도 먼 호주 남동부 해안(시드니) 지역이었다. 1800년대 초반 40년간은 영국의 하류계층 잡범 죄수들이 호주땅에 처음 보내졌고 이들의 후손이 현재 호주 백인 주민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호주 땅이 아름답고 기름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영국의 일반 이민자들이 1800년대 후반부터 물밀듯이 들어온 뒤 20세기 들어서는 아예 이민의 문호를 걸어잠궜다. 늪지를 디즈니 월드로 만든 비전과 사막 한가운데를 라스베이거스 대도시로 개발한 꿈과 같은 개척정신은 없다. 미국이 개신교가 다수파라면, 호주는 영국의 2등 국민 아이리쉬의 신앙 카톨릭이 26%, 그리고 영국 국교도가 25%, 개신교는 교파없이 통합으로 18%에 불과하다.

호주 사람들은 미국인과 같이 광대한 대륙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았으나, 청교도 정신으로 꿈의 제국을 일군 미국과 달리, 개척과 개방정신이 결핍되어 기존 식민도시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다. 신규 이민의 문호는 꽁꽁 잠궈놨고, 이미 개발된 식민도시는 자기네들끼리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살아가고자 한다. 세계 3대 미항이고 세계 각지에서 방문객이 넘치는 시드니이지만, 이런 점에서 시드니와 호주는 본질적으로 개방사회가 아니라, 폐쇄사회다. 그 광대한 땅에 문을 잠그고 자기들만 누리고자 하는 것에 대해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미국에 돌아 오니, 불법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으로, 단속된 불법체류 이민자의 어린 자녀들을 별도 시설에 수용하여 부모와 생이별하게 되는 애들이 속출하면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호주도 최근까지만 해도 원주민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뺏어서 백인 가정에 입양해 교육시키는 분리정책을 시행했다가 최근 공식 사과했다. 하나님은 ‘우리끼리 잘 살게요, 감사해요’하는 공동체를 기뻐하지 않으신다. 불편하지만 낯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선대하는 공동체를 축복한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명기 10장 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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