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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여와 승리'로 기억될 투표

6월19일은 한인 이민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LA 한인타운의 방글라데시 주민의회로의 분리안 찬반 투표에서 '참여'와 '승리'라는 소중한 유산을 심은 날이기 때문이다.

20일 나온 비공식 잠정 집계에 따르면 1만9126명이 투표했고 분리 반대와 찬성은 98.5% 대 1.5%였다. 90% 이상이 한인 표로 추정된다. 압도적 승리다.

한인 커뮤니티 역사상 전례 없는 투표 열기는 LA폭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 1992년 LA폭동은 날벼락이었지만 한편으론 정치력이 없으면 생존까지 위협받는다는 무서운 현실을 깨닫게 했고 다른 한편으론 깊은 상처가 되어 집단 무의식에 잠복했다.

타운 주민의회 분리안은 그 악몽을 건드렸다. 분리안 투표가 튀어나오자 한인들은 당시의 억울함과 무기력을 딛고 일어나 타운을 재건하고 정치력 신장에 매진했던 오랜 세월의 노력이 부정당한 듯한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공들여 쌓은 정치력의 탑이 무너진 것이 아닌가 지레 놀랐다. 처음엔 투표 참여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초기엔 패배주의가 없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화불단행으로 타운 내 노숙자 셸터 설치안까지 동시에 불거졌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19일 투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참여의 끈끈한 일체감과 승리의 벅찬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나성열린문교회 투표소에는 투표 참가자들이 6가와 5가 블록을 돌아 뉴햄프셔까지 길게 이어졌다. 타운 내 5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무료 셔틀 서비스에 나서 투표소 두 곳의 주차난을 해결했다. 2시에 줄을 서서 9시에 투표했다고 자랑하는 이것을 축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승리의 방식에서도 승리했다. 한인타운에서 단체와 개인이 이렇게 목표 의식을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흔들림 없이 나아간 적은 없었다. 이제 우리는 패배의 기억이 패배를 낳는 악순환을 끊고 승리의 기억이 승리를 낳는 선순환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한인 정치력 신장이 양적인 확산에서 질적인 도약으로 가는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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