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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잘못된 길

성경에는 사망으로 인도하는 길은 넓고 생명으로 가는 길은 좁다고 합니다. 길을 잘못 들면 죽는다는 말이고 그 길은 가기가 쉽다는 말입니다. 저와 아내는 매일 아침 5시경 운동을 나섭니다. 아침에 길을 걸으면 자동차가 가는 길에 잘못 나왔다가 치여 죽은 동물들을 보게 됩니다. 다람쥐, 토끼, 거북이, 뱀… 모두 길을 잘못들어 죽은 생명들입니다.

아침에 나가면 토끼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사람이 가도 무서워 도망을 가는 일이 없이 빤히 바라보다가 발에 차일 정도가 되어야 후닥닥 도망을 갑니다. 다람쥐는 불빛을 보지 못하는지 차가 오면 길 한가운데 서서 이리 갈까 저리 갈까를 망설이다가 차가 바짝 가야 도망을 합니다. 그런데 걸음이 느린 거북이가 길 한가운데 서면 대책이 없습니다. 차를 세우고 거북이를 들어다 숲에 놓아 주는 수밖에는… 가끔 뱀이 길에 죽어있는데 모습이 추악합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뉴저지에 와 있습니다. 뉴저지는 플로리다와 나오는 동물도 다릅니다. 아침에 운동을 하러 나가면 시멘트로 된 넓은 마당에 정원들이 있고 산책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정원에 사는 작은 동물들이 있고 넓은 마당에 나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죽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제밤에 비가 내리고 마당은 축축한데 지렁이가 한마리 기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멀리 나와서 돌아가기에는 힘이 들 것 같습니다. 내가 마당을 몇 바귀 돌았는데도 지렁이는 진전이 없습니다. 정말 돌아가기에는 힘이 들었던지 다음날 아침에 보니 말라버린 비프저키 같은 모습으로 죽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마 밑에는 참새가 한 마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불쌍합니다. 아마 빌딩의 유리창에 부딪쳤겠지요. 그도 길을 잘 못 가다 죽었겠지요.

정원에서 2미터쯤 떨어진 곳에 달팽이가 한 마리 기어가고 있습니다. 정원까지 가기는 그 느린 걸음으로 힘이 들텐데 어찌 가려는 것일까요. 정원을 아홉 바퀴 돌았는데도 이 달팽이 아가씨는 움직인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마지막 바퀴 때 달팽이를 잡어서 풀잎사귀에 놓아 주었습니다. 그냥 두었으면 말라 죽었겠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머리도 좋고 재간도 있고 돈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하루에 담배를 두갑 피우고 폭음을 하고 커피를 하루 종일 마셨습니다. 내가 "야! 너는 술 담배 커피와 무슨 원수졌냐. 왜 그렇게 먹어대냐"고 하면 "남자는 굵고 짧게 살아야지. 빌빌거리면서 오래 살면 뭐하냐"라고 큰 기침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18년 전에 심장병으로 타계했습니다. 나는 그의 장례식에 가서 "그게 굵고 짧게 사는 거냐" 하고 속으로 울부짖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S라는 친구기 있었습니다. 인물 좋고 머리 좋고 성격도 남자다웠습니다. 그런데 그가 조폭이 되어 임화수 밑으로 갔습니다. 4.19가 나고 감옥에 갔다가 5.16 후에 국토건설대로 끌려갔습니다. 그후에 만났을 때는 너무 맞아서 폐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BC 6세기에 찬란한 문화국이었던 그리스는 조상이 남긴 역사를 관광만 시켜도 먹고 산다고 했으나 유럽의 가난한 나라가 되고 기름이 펑펑 쏟아져 개도 100달러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베네수엘라는 귀부인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올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하는데…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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