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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남북 공동의 역사 재조명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데올로기적 간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국과 북한이 정치 이념이나 경제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신 무역과 투자 같은 가치 중립적인 문제로 대화의 주제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구시대적 생각이다. 정치·경제에 대한 남북한 전문가들의 진지한 논의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원천이 아니라 창조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역대 왕조의 제도·관습·가치를 함께 연구하고 과거를 통해 얻은 보물들을 현대 사회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남북한 학자·예술가·작가·사상가로 구성된 연구그룹을 결성해야 한다. 한국의 철학·예술·문학·건축·문화에 대한 재발견 기회를 얻음으로써 남북한 정부에 새로운 잠재력과 새로운 공통 언어를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게 이 활동의 목적이다.

역대 왕조는 중앙 및 지방 정부를 어떤 식으로 운영했는지, 각 왕조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사이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이해 충돌과 부패를 방지하고 행정부 내의 능력 중심주의를 확립하며 유능하고 윤리적인 사람들을 정부에 등용하기 위해 각 왕조는 어떤 방안을 강구했는지, 그리고 투명성을 장려하고 당쟁을 막는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각 왕조에서 정부 권력의 한계는 무엇이었고 권력 남용이나 부의 집중을 막기 위해 어떤 메커니즘을 개발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통일에 대해 말할 때 독일을 떠올리지만, 신라의 삼국 통일이나 고려의 후삼국 통일은 효과적 통합을 달성하고 새로운 제도를 구축한 훌륭한 사례들이다. 각 왕조가 추진했던 다양한 외교·안보 정책들도 현재의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신라의 외교 천재 최치원이나 조선의 천재 무장 이순신의 사례는 많은 가르침을 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말을 새로운 맥락으로 번역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우리는 역대 왕조가 겸손하고 지속 가능한 문화, 검약 생활, 환경보호를 어떻게 장려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지속 가능한 농법을 장려하는 효과적인 농업 정책은 무엇이었으며 이것을 오늘날 지속 가능한 경제를 재발견하려는 한국의 노력과 어떤 식으로 연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재활용을 권장하고 내구력이 있는 제품을 제조하며 분해되지 않는 쓰레기의 생산은 피할 방법은 무엇인가, 과거를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도 필요하다.

남북한 모두 과거의 지혜를 무시하고 강행한 사려 깊지 못한 개발로 인해 심각하게 손상된 토양과 강을 복구할 필요가 있다. 현대 과학의 통찰력을 활용한 전통 농법 복원은 탄소 중립 시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지역 영농을 장려하고 농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한국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 구축'의 전통을 부활시키는 것은 석유와 수입 식품에 대한 위험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한국은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사립학교(서원)와 관립학교(향교)의 형태로 된 풍부한 교육 및 학문 전통을 갖고 있고, 과거의 학교들은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전통 교육에서 강조되었던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또한 전통 교육에서 가르쳐왔던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헌신은 현재 한국의 상업화된 교육 시스템과 북한의 경직된 교육 시스템을 넘어서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불교·도교·유교를 통해 삶의 경험을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만드는 많은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한 배움의 과정에서 내면의 평화를 찾는 길과 얄팍하고 천박한 소비문화를 뛰어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연과의 교감(풍수), 조상에 대한 의식과 존중, 불교의 자신과 세계에 대한 깊은 명상, 유교 주자학의 윤리적 사회 참여를 결합한 한국의 전통은 반지성적 현대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안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적 사상은 한국인들이 물질적 풍요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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