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생활 속에서] 기적적으로 만난 옛 친구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다."여보세요~ 혹시 덕자씨 아니신가요?" 나의 조심스런 물음에 "네, 그런데요." 소리를 듣는 순간 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헤어진 지 수십 년, 가끔 '덕자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생각은 했지만 만나볼 길이 전혀 없었다.중학교 때 나의 갑작스러운 전학으로 우리는 헤어졌고 그 후 한두 번 만난 후 영영 소식을 모른 채 수십 년 세월이 흘렀다.

40년 전에 미국에 건너 왔다는 덕자는 한국 여행 때나 미국에서나 기회가 되면 혹시나 하고 만나는 한국 사람에게 나에 대해 물었다고 했다.

나에 대한 몇 개의 인적 사항만을 가지고 마치 이산가족을 찾을 때의 노래처럼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끊임없이 말했다고 했다.



나도 30년 전에 미국으로 왔고 우리는 서로가 미국에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큰 나라 미국의 동쪽과 서쪽에 떨어져 살았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버지니아의 바닷가에서 LA사는 어떤 분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했고, 그분이 혹시나 해서 내게 연락을 주셨을 때 확인하니 덕자였다.나는 덕자를 만나러 워싱턴으로 날아갔고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부둥켜 안았다. 똑같이 흰머리 할머니가 되어 있었지만 마음은 중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며칠 전 전화를 하니 언젠가 LA로 나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수십 년 만에 기적처럼 덕자를 만나고 온 후 어느 날 밤 덕자를 생각하며 다음 시를 써 보았다.



■ 덕 자 ■

덕자는 중학교 2학년 때 내 짝이었지요

마음 착하고 아주 얌전한 친구에요



두루마기 입고 다니시던 한문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큰 덕, 아들 자, 덕자

어질 현, 맑을 숙, 현숙

이름의 뜻도 함께 배웠지요



우리는 늘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살았지요

학교 뒷동산에 손잡고 올라가서도

쉬지 않고 이름을 불렀지요

이름만 불러도 그냥 즐거웠어요

그리곤 헤어졌어요



오랫동안 나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엄마, 아줌마, 할머니

이렇게 불리워졌지요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내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를 다시 만났지요

옛날과 똑같이 불러주는 친구를



우린 서로 손잡고 불렀습니다

덕자야!

현숙아!

너무 기뻐 부르고 또 불러 보았습니다

친구가 불러줄 때 내 이름이 살아났습니다



오늘도 불러봅니다

덕자야!

그리곤

하얀 머리 할머니 둘이 다시 손잡고

학교 뒷동산으로 올라갑니다


정현숙 / LA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