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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칼럼] 쉰소리


얼마 전 아내가 필자에게 “쉰소리 그만 하라!”고 잔뜩 볼멘 소리를 해댄다. 전혀 들을 가치도 없고, 듣기 싫은 소리를 사람들은 ‘쉰소리’라고 한다. 의학에서는 목에서 쉰소리를 내는 사람의 증상이 심하면 후두암, 식도암 또는 갑상선 암과 같은 질병으로 발전되기에 조기 치료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 조기 치료를 해야 마땅할 정도의 쉰소리 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많다.

금년 6월 이전까지 김정은을 향해 ‘어린아이(kid)’라고 막말로 조롱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중순 김정은과 하루 만나 회담을 하고 나서 “김정은은 위대한 인격가이며, 똑똑하고 훌륭한 협상가이다”, “그는 재능이 많으며 26살에 국가를 통치하는 위원장이 된 지도자이다”라고 극찬을 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성공(?)을 전세계에 알렸다. 솥에 쌀을 씻어 불도 대기 전에 이미 밥이 잘 익었다고 쉰소리를 하는가 하면 한국전쟁 미군유해 100구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섣부른 쉰소리를 했다.

김정은이 유해의 뼈를 추스를 시간도 주지 않고 말장난 하는 트럼프의 쉰소리는 환상을 넘어 병적인 과대 망상의 증후군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이번 주 초에야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고, 김정은은 유해 1구당 10만 달러로 계산하여, 1 000만 달러를 요구해서 이제 100구가 아닌 30구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실장장은 왜 트럼프가 김정은을 향해 위대한 인격가이며 똑똑하고 훌륭한 협상가라고 말했냐는 질문에 “왜? 트럼프가 속았으니까…”라고 웃어 버린다.

지금 고국에서는 나라 전체가 쉰소리 일색이다. 회사가 망할 지경인데도 노조는 정부의 성급한 최저 임금인상 쉰소리에 힘입어 파업을 일삼았고, 심지어는 회사 주식마저 노동자들에게 무상 증여하라고 하는 쉰소리가 경영자의 사업 의욕을 없애버린다. 연봉 1억원의 현대차 노조는 성과급을 더 달라고 하며 파업을 주도했고, 이들의 복리후생비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MBC 노조를 탈퇴했다고 해임하는 사태는 한국만의 현상으로 무소불위의 노조 위상을 대표한다는 비아냥 소리도 있다.



삼성과 현대 등 굴지의 기업들이 견딜 수 없어 한국을 벗어나 중국, 인도, 그리고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터를 잡아 떠나는 상황을 우리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 며칠 전 삼성이 인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핸드폰 공장을 오픈했을 때 여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고용 창출의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쉰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5000원 상당의 최저임금을 3년 내에 시간 당 1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하더니, 벌써 금년 16.4%, 내년 10.9%로 2년 연속 두자리 수 인상을 감행해서 8350원이 되었지만 주휴수당을 합치면 이미 1만원선이 넘은 것이다.

일본은 현재 한국의 임금 수준이 일본 수준에 다가왔다고 했지만 생산성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는 일의 효율성보다 임금 인상을 먼저 내세우며 파업을 일삼은 노조들의 쉰소리에 기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저 임금이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의 갑질, 임대료 인상 등이 문제”라고 쉰소리를 내고 있다. 여하튼 편의점 위주의 소상공인협회는 감옥에 가더라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불복할 것을 선언했고, 이로 인한 물가 인상은 불 보듯 빤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황금 경제 요지로 손꼽았던 군산시가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군산 경제의 핵이었던 현대의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공장 폐쇄로 8만 여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가 막연해졌고, 이들의 소비로 장사를 하는 식당이나 임대업 중소업체들의 줄도산 사태로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하는 현실이 과거가 아니고 현재 진행형임을 심각하게 주시해야 한다. 현대 군산조선소와 한국GM의 노동자수와 협력업체 종사자가 4만 명이 넘으며 그들의 가족 수를 계산하면 총 10만 여명이나 된다. 이는 28만 명의 군산시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한다. 공장들이 문을 닫자 이들이 살길을 찾아 도시를 떠나며 남은 사람들도 허탈한 심정으로 넋이 나간 장면을 TV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들이 보따리 싸고 떠나야 할 목적지는 이집트를 떠나 가는 가나안 약속의 땅도 아니요, 홍해 바다를 가르는 기적을 일으킨 모세라는 지도자도 없는 외로운 액소더스 라는 점에 가슴이 아프다.

순리란 이치에 어긋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곧 상식에 따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쉰소리 일색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순리를 지혜롭게 생각하지 않으면 조화와 균형을 잃음으로써 비리의 모순 당착을 저지를 수 있다. 가령 단추를 끼울 때 처음 잘못 끼우면 계속 잘못 내리 끼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에 따르는 것일 수 없는 것처럼, 이치가 잘못된 현실에서 그 이치에 어긋나지 않고 그 현실에 따른다는 것은 순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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