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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챵라이'의 인간 승리 드라마

지난 주 세계의 모든 이목은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역에 위치한 태국 북부의 작은 도시 ‘챵라이’ 인근 ‘탐루앙’ 동굴에 집중되었다.

6월 23일 오후 챵라이의 유소년 축구팀 ‘와일드 보아’ 팀에 소속된 열두 명의 소년들은 축구시합을 마치고 25세의 코치 ‘찬타웡’씨의 인솔아래 탐루앙 동굴 탐사에 나선 후 소식이 두절되었다.

동굴 밖에서는 이들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벌어졌다. 그러나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흙탕물로 가득 찬 동굴 안은 지형이 험하고 한 사람이 겨우 기어서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좁은 곳이 많아 수색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열한 살에서 열여섯까지의 열두 소년과 코치가 동굴 속에 갇힌 지 9일째인 7월 2일, 영국의 두 민간인 잠수부 ‘스탠튼’과 ‘볼란텐’은 동굴 안에 로프 가이드라인 설치작업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동굴 입구에서 2마일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진입하였을 때 갖고 있던 로프가 다 떨어지자 이들은 작업을 중단하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때 이들 앞에 놀라운 광경이 전개되었다. 물이 차오르지 않은 작은 바위 언덕 위 에어포켓에 열두 명의 소년들과 코치가 옹기 종기 모여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열흘 가까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동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시며 버텨온 이들의 모습은 마르고 허약해 보였으나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스탠튼과 볼란텐은 이들의 동영상을 스마트폰에 담아 동굴 밖으로 갖고 나왔다.



아들의 생사를 모른 채 열흘 가까이 가슴 조리며 초조한 나날을 보낸 가족들은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동굴 밖에서는 어떻게든 동굴 안의 수위를 낮춰보려고 24시간 양수기를 가동하여 물을 퍼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전문 잠수부들로 구성된 구조대원들은 번갈아가며 왕복 11시간 이상 걸리는 동굴 속을 오가며 음식과 약품, 담요, 산소통 등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하는 한편 소년들에게 잠수장비 착용법과 잠수기술을 가르쳤다. 7월 6일, 아이들에게 산소통을 전달하고 나오던 태국 네이비실 출신 잠수부 한 명이 산소 부족으로 동굴 속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동굴 안에서는 전화가 안 되기 때문에 소년들이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손 편지 밖에 없었다. ‘엄마 나는 잘 있어요. 내가 나가면 프라이드 치킨 집에 데리고 가주세요’ 엄마, 제 생일 차리는 것 잊지 마세요. 사랑해요’ ‘선생님 숙제 좀 조금만 내주세요’ 등등 소년들의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구조대원들이 밖으로 가지고 나와 가족들에게 전달하였다. 축구 코치 찬타왕은 아이들의 부모에게 편지를 써서 사과하고 아이들을 끝까지 보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였다. 학부모들은 코치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며 아이들을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고 화답하였다. 밤과 낮을 구분 못하고 시간의 흐름을 모르는 캄캄한 동굴 속에서 젊은 코치는 명상과 격려의 말로 아이들에게 용기와 인내심을 심어 주었다.

7월 8일 일요일 오전, 구조 당국은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개시하였다. 열세 명의 구조대원들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2인 1조가 되어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나오는 작전이었다. 현지시각으로 오후 8시경 마침내 두 명의 소년이 구조대원과 함께 들것에 실려 동굴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또 다른 두 명이 소년이 뒤를 이어 구조되었다. 다음 날 4명이 추가로 구조되었고 7월 10일 저녁, 마침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4명의 소년과 코치가 구출됨으로써 구조작업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들의 무사 생환에 가족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한마음으로 환호하였다. 국제축구연맹 FIFA는 열세 명 모두를 7월 15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초청했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한편의 인간승리 드라마였다.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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