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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산사

최근 몇년 새 LA 한인 여행사 광고들이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 모객 광고는 미 서부나 캐나다, 멕시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유럽, 중남미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세계를 망라한다. 카리브해나 지중해, 북유럽 호화 크루즈도 예사다. 가격도 몇 천 달러에서 1만 달러를 훌쩍 넘는 것까지 있다. 한인들이 이젠 웬만한 가까운 여행지는 다 가 보았다는 말도 되겠고, 은퇴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돈도 시간도 넉넉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도 되겠다.

그래도 빠지지 않는 것은 모국 여행이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접 계획 세워 가는 사람도 많지만 주변에 폐 안 끼치고,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유명 관광지 알뜰히 안내해 주는 편리함 때문에 일부러 여행사 상품을 찾는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행의 맛은 역시 낯선 곳을 찾아가는 설렘이지만 익숙한 곳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움도 그 못지 않게 크다. 나이 먹어갈수록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모국 여행 광고가 건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간혹 '너무 잘 아는 한국인데 뭐 그리 볼 게 있다고 자꾸 가느냐'는 사람도 있다. 무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2016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00만 명이 넘었다. 2017년엔 사드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1300만 명 이상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들이 괜히 한국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류, 한식은 물론이고 눈부신 IT 시스템과 오밀조밀 볼 것 많은 온갖 프로그램들이 선사하는 한국 여행의 효용은 무한대다. 나만 해도 시간 없고 돈이 없어 못 가지 갈 수만 있다면 다른 어떤 여행지보다 선호하는 곳이 한국이다. 대체 불가능한 세 가지 즐거움 때문이다. 첫째는 친구, 친지, 친척 등 아는 사람 만나는 즐거움이다. 둘째는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대하는 즐거움이며, 셋째는 우리 역사, 우리 문화의 숨결이 깃든 구석구석 유적 유물을 찾아가는 즐거움이다.

최근 한국을 여행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더해졌다. 7월초 한국 유명 사찰 7곳이 한꺼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7곳은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다. 모두 7~9세기 창건된 천년고찰(千年古刹)들로 하나같이 심산유곡 빼어난 절경을 품고 있는 명승지다.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도 가득하다.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어 대웅전에 불상을 두지 않은 곳으로 유명하다. 부석사에 가면 문화학자 최순우 선생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초겨울 안개비 오는 소백산을 바라보며 느꼈다는 '사무치는 고마움'을 똑같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마곡사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군 중위를 쳐 죽이고 숨어든 21살 김구 선생의 울분과 기개가 서려 있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으로 더 유명해진 봉정사에선 한국 최고(最古) 목조건축물 극락전이 기다린다. 엄숙 장엄하며 고즈넉한 전통 산사(山寺)의 분위기는 이 모든 사찰들의 공통 매력이다.

뭐든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진가를 알기가 쉽지 않다. 남들이 알아주고 인정해주면 그때서야 야, 진짜 대단한가 보다 해서 난리가 난다. 최근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다는 서울 북촌이 그렇다. 이번에 세계유산이 된 사찰들 역시 한동안 진통을 겪을 것이다. 그래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바람만 잦아들면 일부러라도 시간 만들어 한 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이민자의 한국 여행이 훨씬 뜻 깊고 풍성해 질 것이다.

#. 참고로 한국의 모든 유네스코 세계유산들을 등재 연도순으로 기록해 둔다.

①해인사 장경판전(1995) ②종묘(1995) ③석굴암과 불국사(1995) ④창덕궁(1997) ⑤수원화성(1997) ⑥경주 역사유적지구(2000) ⑦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 ⑧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⑨조선왕릉(2009) ⑩하회마을과 양동마을(2010) ⑪남한산성(2014) ⑫백제 역사유적지구(2015) 그리고 이번에 지정된 ⑬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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