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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중앙청 태극기 게양과 역사 파괴

1950년 9월 15일, 미 펜타곤 전문가들이 성공 확률은 5000분의 1이라며 극력 반대하던 '인천 상륙작전'을 맥아더 장군은 그의 탁월한 전략, 전술 및 뚝심으로 밀어붙여 세계 '상륙전' 전사에 빛나는 공적을 남겼다.

9월 27일 새벽, 아직도 시가전이 계속되고 있는 광화문 대로에 얼룩무늬 철모를 눌러 쓴 일단의 한국 해병대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중앙청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때 광화문 일대는 미 해병대 작전구역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 해병대가 이 지역에 나타났을까? 그것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중앙청에 반드시 한국군이 먼저 태극기를 높이 올려세우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해병대원들은 중앙청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폭격으로 일부 파괴되어 있었다. 소대장은 대원들에게 혁대를 모두 풀라고 하여 그것으로 로프를 만들어, 간신히 세 명의 해병들이 돔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태극기를 높이 게양하였다. 우리의 태극기가 수도 서울 하늘에 다시 휘날리는 순간이었다. 해병들은 소대장의 "태극기를 향해 경례!" 구령에 따라 모두 감격의 눈시울을 붉히며,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그날 용감하게 태극기를 게양한 3명의 해병들은 누구인가? 소대장 박정모 소위, 2등 병조 양병수(현 계급 하사) 및 견습수병 최국방(이등병)이었다. 그들이 목숨을 내걸고 중앙청 돔에 태극기를 높이 게양한 것은 3개월간 적군 탱크의 캐터필러 아래 짓밟혔던 수도 서울이 수복되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포하는 '쾌거'였다.



1945년 2월 23일, 미 해병대는 태평양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이오시마' 섬 전투에서 가장 높은 수리바치 고지를 점령하며, 그때 4명의 해병들이 그 고지 위에 성조기를 높이 올려세웠다. 미국은 그 장면을 상징화시켜 영상, 사진, 조각, 기념물 등으로 지금까지 2차대전 승전의 '국가 상징물'로 삼고 있으면서 후세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은 '9·28 수복, 중앙청 돔 태극기 게양'이라는 그 역사적인 순간의 장면을 상징화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 가고 있다.

더구나 그 역사적 장면을 간직하고 있던 '중앙청' 건물은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명목하에 1996년 대통령 YS에 의해 철거되고 말았다.

중앙청은 어떤 건물인가. 한국의 근현대사가 전개되었던 역사의 중심 건물이었다. 물론 일제의 조선 식민지 총독부 건물이었지만, 일제는 그 건물을 19년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미군 군정청(3년), 북한 인민군 사용(3개월)을 포함하여 무려 51년간 사용했다. 한국 역사가 그 건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 건물에서 1948년 최초의 대한민국 '제헌국회'가 개최되었고 이 건물에서 이승만 박사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탄생되었다. 그 후 5명의 대통령 치하의 대한민국 정부 청사였다. 그런데 이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뛰어난 건축 미학적 건물, 대한민국 역사가 숨 쉬고 있던 '역사 자체'인 그 건물은 부서졌다. 그것은 '역사의 파괴'였다.

세계 문명국들은 아무리 수치스러운 역사의 건물일지라도 '뛰어난 건축미가 있고 주요 역사가 깃들어있는' 건물은 철거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그 건물이 철거되었다고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였다는 역사가 지워지는 것일까. 오히려 후세들에게 왜 대한민국 심장부인 광화문에 저런 건물이 서 있게 되었는지를 실감 나게 교훈을 줄 수 있는 교육 장소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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