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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의 법률적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요청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판문점 선언은 대한민국 안보에 매우 중요한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하고, 10년가량 중단된 남북 협력의 물꼬를 튼 합의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라는 중요한 이슈가 안고 있는 헌법과 국제법상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판문점 선언이 국회의 비준 동의 대상이 되는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조약에 해당하는지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판문점 선언은 남북 당사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조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 서명해 비준을 마쳤으니, 국회의 비준 동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국제법상 서명이나 비준은 조약의 구속을 당하겠다는 의사표시의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고 해서 이것을 청와대가 국회의 동의를 건너뛰고 조약의 구속을 당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숨어 있는 더 큰 문제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60조 제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 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청와대가 주장하듯이 판문점 선언이 헌법 제60조 제1항에 의해 국회가 체결 및 비준에 대해 동의권을 가지는 조약인지 먼저 살펴보자. 판문점 선언 제1조 제1, 4, 6항은 기존의 남북 합의들을 포함해 남북 간 포괄적인 협력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 합의의 이행을 위해서는 당연히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이의 근거가 되는 관련 입법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이 때문에 결국 판문점 선언은 헌법 제60조 제1항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국회는 판문점 선언의 체결 및 비준에 대해 헌법에 따라 동의권을 갖는다.

문제는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다. 헌법 제6조 1항 및 제60조 제1항에 따라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은 조약에 대해서는 국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판례 및 학설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만일 국회가 판문점 선언의 비준을 동의한다면, 판문점 선언은 국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그 내용 자체로 드러난 바와 같이 판문점 선언은 일반적인 법률에 준하는 구체성과 명확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판문점 선언의 비준에 동의한다면, 이후 판문점 선언은 국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고, 이는 일종의 수권법으로서 국회가 향후 남북 교류에 관한 전권을 행정부에 일괄 위임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의 추상적 성격 때문에 비준 동의는 행정부에 권한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협의를 통해 판문점 선언의 이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 법률의 국회통과와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순서다. 이를 통해 청와대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국회는 남북 관계에서 초당적으로 협치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지진 / 변호사·대한국제법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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