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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인간의 굴레, 6근

"돈이란 제6감(sixth sense)과 같아, 그게 없이는 다른 5감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지/...... /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비천하게 만드는지 몰라. 사람을 끝없이 비굴하게 만든다네. 사람의 날개를 꺾어버리고 암처럼 사람의 영혼을 좀먹어 들어가지"

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영국 1874-1965)은 그의 자전적 대표작 '인간의 굴레'에서, 예술가에게 있어 돈의 의미를 그렇게 규정했다.

돈이 제6감이며 돈 없이는 5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표현은, 가치 전도된 이 배금주의 시대에 예술가에게만 적용되는 사태는 아니다. 현실 사회에 만연한 시대 풍조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물질의 궁핍이 삶을 구속하는 인간의 굴레 중, 중요한 요소임을 밝혔다.



돈은 그 사람이 지닌 '자유의 총량'이라고도 한다. 돈이 어느 정도 인간을 굴레에서 해방시켜, 삶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일 것이다.

제6감을 불교에서는 '의근'이라 부른다.

의근은 5근 즉, 안근(눈). 이근(귀). 비근(코). 설근(혀). 신근(몸) 다음의 감관으로, 합해 6근이라 한다.

의(意)는 마음, 생각, 뜻, 식(識) 등을 의미한다.

근(根 indriya)은 인도 신화에서 신(神)의 왕인 인드라가 지닌 권능을 일컫는다. (예로, 안근은 보는 데 있어 눈이 최고의 권능을 지닌다는 뜻이다)

5근과 달리 생물학적 기관이 아닌 의근이 감관에 포함된 까닭은, 5근이 개별로 수용한 감각을 의근이 종합 판단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6근은 대상을 감각하고 인식이 생기하는 근원이다.

'마음'이 생겨나고 생장, 활동하는 역동적 현상과 그 작용 기제는, 6근(인식주관)이 그에 상응(연기)하는 외부 대상(인식객관)과 접촉하며 발생하는 인식이 토대가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을 의근이 주도한다.

마음이나 인식은 의지, 느낌, 정서, 생각, 판단 등 많은 심리적 요소들이,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태로 발생하거나 작동하게 된다.

이때 탐욕, 집착 등의 주관적 망정이나, '인지적 구두쇠'로 불리는 고정관념, 편견이 개입한다. 따라서 대상을 인지하고 판단하여 해석하는 인식 과정은 '온전함의 결핍'이라는 한계와 경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로 말미암아 들끓는 번뇌 망상으로 오염된 마음은 인간을 속박하고, 고통을 야기하는 굴레가 된다.

육근 청정을 위한 불교 수행은 그 '인간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경계 너머' 영원한 평온과 대자유인의 삶을 살기 위한 근본 방편이다.

사람아! "내 눈의 길, 내 귀의 길, 내 코의 길, 내 혀의 길, 내 몸의 길, 내 마음의 길 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디서 무슨 길(道)을 찾는단 말인가"

야단이 맵다. 애초 힘쓰게 하신 길을 되처 다져야겠다.

"보이고 들리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동요하지 않아야 한다. 동요하지 않으므로 평온에 들 수가 있다"

musagusa@naver.com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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