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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욱일기, 전에는 되고 이번엔 왜 안 되나

지난 10일부터 제주도에서 거행된 국제 관함식에 일본이 불참했다. 관함식이란 한 국가의 통수권자가 해상에 집결되어 있는 군함의 전투태세와 장병의 군기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식이다. 최근에는 자국 함대뿐 아니라 우방국 함대도 초청하여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제협력과 우호증진을 도모하는 국제적인 행사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매 10년주기로 개최되며, 1998년 처음 시작한 이래, 2008년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제2차, 그리고 이번에 제3차 국제 관함식이 제주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제주의 바다, 세계 평화를 품다'라는 주제로 거행된 이번 국제 관함식에는 12개국에서 19척의 함정이 파견됐고 46개국의 해군 대표단이 참석했다. 그런데 지난 1, 2차 행사에는 참가했던 일본이 자위대 함에 욱일기를 게양하지 말아달라는 한국정부의 갑작스런 요청 때문에 불참했다.

일장기에 햇살이 더해진 욱일기를 한국인들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로 간주하여 전범기라고까지 부르며 혐오감을 느낀다. 그러나 일본 역사에서 보면 욱일기는 에도시대부터 민간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 등으로 사용되다가 1870년 메이지시대 창설된 육군의 깃발로 채택되었고, 일본 패망과 더불어 사라졌다가, 1952년 자위 목적으로 창설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깃발로 채택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로부터 일본 해군의 군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정부가 욱일기 게양을 반대한 이유는 국민의 정서 때문이라고 했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없었던 국민의 정서가 다시 살아난 것인가? 욱일기 게양을 묵과했던 과거와 거부한 지금, 달라진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바뀐 것 뿐이다. 현 정부 집권 이래 과거 정권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행했던 여러가지 관행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하에 심판하고 있다. 조국의 미래를 새롭게 창조하겠다는 의욕으로 국내 정치를 쇄신해 보려는 새 정권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문제는 다르다. 독불장군이 없는 국제문제에서는 우리 국민의 정서만을 바탕으로 그동안 인정되어 온 국제관행을 무시하거나 거부해서는 우리만 외톨이 신세가 될 것이다.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세계의 모든 해역을 아무런 저항없이 누비고 다닌다. 욱일기가 한국 영해에서 안 보인다고 해서 전세계 다른 해역에서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본에게 계속 반성하라고 한다. 그러나 반성은 누가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닌, 스스로 하는 일이다. 반성하지 않는 사람을 반성하라고 매달리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일본은 이웃이다. 이웃을 무조건 사랑할 수는 없지만, 이웃을 무조건 미워하는 것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미움의 출발지는 열등감이고 종착역은 자기 파멸이다. 미움의 감정에서 뛰쳐나와 일본에 뒤지지 않는 더 좋은 나라를 위해 국민 각자가 분발하는 마음으로 무장할 때 대한민국은 햇살처럼 찬란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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