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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소송,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미국 메이저리그가 플레이오프 열풍이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규칙도 복잡하고 경기 시간도 오래 걸려서 젊은 세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지만 골수팬들은 복잡한 규칙과 시간 제한 없이 진행되는 야구의 진짜 재미에 빠져서 오늘도 내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지켜본다.

야구의 묘미는 한마디로 기다림의 미학이다.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서 아웃되는 것보다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풀카운트까지 기다려 두뇌싸움으로 결정나는 야구 9회말 투아웃에서 말도 안 되는 실책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야구는 인생극장의 복사판이다.

이렇게 야구를 좋아하는 한인 클라이언트들이 정작 자기들 케이스에서는 엄청난 조급함을 드러낸다. 소송이 걸리면 손님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은 거의 똑같다. "변호사님 제 케이스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그 질문은 이제 막 임신했는데 아기가 장군이 될 지 대통령이 될 지 의사에게 물어 보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변호사이지 점쟁이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케이스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을 하지만 본인 케이스가 왜 다른 사람 케이스와 다른 지 인정하려고는 않는다.

원고가 다르고 피고도 다르고 원고 변호사가 다르고 담당 판사도 다르고 케이스의 성격 자체가 다른 데도 옆집 김 사장님 케이스와 자기 케이스가 거의 같다고 착각하면서 같은 (유리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빨리 케이스에 대한 파악을 하면 여러 면에서 미리 대처하기 쉽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는 마치 선발 투수가 다른 어제 경기와 내일 경기 결과가 경기를 하기도 전에 같을 거라고 예상하는 것과 같다.



9회말을 예상할 수 없는 야구처럼 소송도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처음에는 어려운 케이스였지만 좋게 결말을 보는 경우도 있고 쉬운 케이스였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암초가 나타나 어렵게 해결되는 케이스도 많다.

LA 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선수는 오랜 부상과 재활 끝에 올해 4년만에 가을축제에 초청받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첫 경기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부상 당한 투수가 이렇게 재기하는 경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한다.

류현진 선수도 부상 초기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재활을 해야 할지 몇 년 동안 공을 못 던지는 것인지 하루라도 빨리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감독과 구단을 믿고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이렇게 부활할 수 있다는 기다림의 미학을 온 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지난해는 완전히 재기했다고 생각하고 플레이오프 출전을 기대했지만 좌절됐고 올해는 신나게 출발했지만 도중에 부상을 당해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는 어려움 끝에 드디어 몬스터급 활약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인이 어떤 민족인가. 세계 최강 몽골의 압박 속에서 팔만대장경을 만든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다. 인생이든 야구든 소송이든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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