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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선비정신의 고향 영주·안동에서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에 이틀 시간을 내어 영주와 안동을 다녀왔다. 유서 깊은 서원들이 산재해 있어 한국 유교와 선비정신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인데, 특히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부를 정도이다.

평생 여러 질병과 싸우다 몇 년 전에는 폐 이식 수술까지 한 강릉 사는 친구를 꼭 만나고 와야 했기에, 고등학교 동기동창이 목회하는 영주에서 만나 함께 부석사와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둘러보았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소백산맥 자락을 볼 때 평온한 분위기가 참으로 절경이라 한동안 숨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전국의 명산에 사찰이 있는 것과는 달리 조선이 숭유억불 정책을 펴면서 안동 영주 지역에는 서원들이 그 절경을 차지하고 있다. 그같은 분위기는 서애 유성룡의 위패를 모신 안동의 병산서원에서 그대로 만날 수 있었다. 병산서원의 명물 만대루에 오르면 앞산과 곁으로 흐르는 강이 어우러져 절로 공부가 될 것 같았다. 만대루의 독특한 건축 양식은 오늘날도 전문가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소수서원은 한국의 첫 사립대학 격으로, 고려 중기 유현 안향(1243~1306)의 연고지에 풍기군수 주세붕이 사묘를 세워 그의 위패를 봉안하고 학사를 건립해 백운동 서원을 창건한 것에 기인한다. 소수서원은 훗날 임금으로부터 현판을 받는 첫 사액서원이 되었는데, 이곳에서 글공부를 한 많은 인물들이 과거를 통해 국가 인재로 등용되었다. 소수서원에는 장서각, 전사청, 영정각, 사료관 등 시설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고, 주변의 경관 또한 오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소수서원 옆에는 선비촌이 있어 두암고택을 비롯해 인동장씨 고택 등 전통가옥들이 있어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또 한국 선비문화수련원과 청소년수련원이 이웃으로 있어 선비정신을 후세에 가르치고 있었다.

소수서원 사료관에서 한국 성리학의 뿌리 깊은 역사를 보여주는 '한국 도학의 계보'가 눈길을 끌었다. 그 계보도는 한 선비의 정신을 이어 어떻게 대를 이어 사람을 길러 내고, 하나의 학파를 이루고, 조선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왔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제자 이색의 제자 가운데 이성계를 지지하지 않았던 정몽주는 고려조 충신으로 순절하였고, 동문수학하였던 권근은 조선조 창건에 참여하였으며, 정도전은 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

정몽주의 제자 길재가 다시 제자를 키우고 키워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에 이르러서는 성리학의 빛을 발하였다. 16세기에는 조식이 남명학파를, 이황이 퇴계학파를, 이이가 율곡학파를 이루었던 것이다. 이후 이익을 거쳐 18세기 말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대단한 학맥을 이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선비의 가르침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이렇게 면면이 이어져 왔으며, 그 정신이 조선의 정치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것이 교육의 힘이다. 흔들리지 않는 이러한 뿌리 깊은 정신 유산이 오늘날 한국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겨누게 만드는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삼진 / OC 샬롬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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